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증시 열풍은 잠시 시들해졌다. 이달 들어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박스권에 갇혀있던 증시가 다시 오름세를 탔음에도 시장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연초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학개미운동'을 통해 국내 증시의 주요 축으로 자리한 개인투자자의 힘이 급격히 빠진 모습이다.
◆방향성 없는 증시…눈치보는 개미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까지 국내 주식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5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42조1072억원에 달했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2월 32조3771억원까지 급감한 뒤 3월부터 20조원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지난해 12월 706조3760억원에 달했던 시장 거래대금은 올해 1월 842조1455억원까지 치솟으며 활황세의 정점을 기록했다. 그랬던 거래대금은 2월 500조원대까지 급감한 후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다 지난달 482조4882억원까지 감소했다. 1월과 비교하면 43%가량 빠진 수치다.
연초 상승세 이후 한동안 박스권에 갇혔던 코스피 지수는 이달 들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오름세를 보이는 중이다. 주가가 비슷한 상황에서 거래대금이 감소한 것은 매매회전율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개인투자자들이 매수나 매도 등 특별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전보다 시장 열기가 식은 이유로는 가상화폐 투자의 유행, 공매도 재개 등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매수 주체가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을 최근 국내 증시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는다. 최근 수급상황을 요약하면 지난달 8조4000억원을 순매도했던 외국인의 매도강도는 약해졌고,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50조원을 순매수했던 개인의 매수세도 다소 잦아든 상황이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음에도 시장의 반응은 다소 미온적"이라며 "눈치보기라는 말이 어울리는 상황이다. 증시는 상승하고 있지만 주도주로 불릴 만한 종목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밸류에이션을 무시한 오름세를 보여왔던 지난 1년과는 달라진 모습"이라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이 높은 종목을 피하고 폭넓게 증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최근 증시 참여자들이 관망세를 보이며 종목, 업종 이슈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중"이라며 "가치주와 성장주, 금융과 기술주, 낙관론과 비관론 등 빠른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추세적으로 유동성이 이탈하는 국면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개인의 신규 유입강도가 낮아진 수준일 뿐 증시 주변 자금은 여전히 풍부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주식 매수를 위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67조1249억원이다. 매수 열기가 뜨거웠던 올해 1월 평균(68조171억원)과 차이가 크지 않다.
시장에서도 하반기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높지 않은 주가수익률(P/E)과 꾸준히 증가하는 실적, 원화강세 압력 등 긍정적 요인이 많다는 분석이다.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고 있는 점도 호재다.
채현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가 유입될 수 있는 조건이 돼가고 있다"며 ""달러 약세기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세가 지속됐는데 실적개선과 더불어 밸류에이션 부담도 크지 않다는 점이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인플레우려에 해외주식도 '뚝'
거래대금이 줄어든 것은 국내주식뿐만이 아니다. 해외주식도 덩달아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예탁결제원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결제규모(매수+매도)는 245억7326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300억달러를 넘어섰던 해외주식 결제규모는 올해 1월 368억122만달러를 기록한 후 2월 497만2948만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3월 419억달러 수준으로 감소세에 접어들더니 4월 256억달러로 급감했다.
지난달은 올해 처음으로 해외주식을 순매도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순매도 금액은 123억111만달러로 순매수 금액(122억6213만달러)을 소폭 상회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지며 적극적인 매수를 꺼리는 정황으로 풀이된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자산매입을 줄이기(테이퍼링) 시작하는 시점을 놓고 수 개월째 시장의 관측이 이어지는 중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짐에 따라 경제가 서서히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한편 동학개미의 투자 성과가 서학개미보다 우수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미래에셋증권이 국내와 해외 주식에 10만원 이상 투자한 고객 145만명을 분석한 결과 동학개미가 서학개미보다 2배가량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말까지 6개월간 국내 주식에만 직접 투자한 동학개미는 평균 13.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해외 주식만 사들인 서학개미는 6.7% 수익률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국내와 해외에 모두 투자한 경우 수익률은 7.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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