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부터 시작된 식음료 가격 인상 흐름 속에서 국내 맥주업체들도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가격 인상이 실리적 이득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반대로 '불매운동' 역풍을 맞거나 점유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맥주업계 1위 왕좌 자리를 지켜오던 오비맥주가 이달 초부터 카스 330ml 출고가를 올리자 전국 유흥업소·단란주점은 불매운동에 돌입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맥주시장의 선두인 오비맥주가 총대를 매고 일부 맥주 제품 가격을 올린 뒤, '테라' 열풍을 일으키며 연일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하이트 진로도 가격인상을 결정했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양사의 가격인상 금액은 동일하다. 소비자 반감을 낮추면서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오비맥주 카스와 하이트진로 테라 모두 330ml 제품의 출고가를 1.36%올렸다.
통상 맥주는 주류 제조업체-도매-소매'를 거쳐 유통된다. 서울지역 도매업체는 출고가가 오르자 330ml제품 한 박스(30병) 도매가를 인상했다. 이렇게 되면 소매업체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맥주값을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수퍼체인유통사업협동조합 김승훈 전무는 "대기업 횡포에 중소 골목상권을 가맹점으로 하고 있는 주류 도소매상들은 매출이 감소하여 그 숫자가 10년 사이에 반으로 감소한 실정"이라면서 "국내 주류유통 도소매상들은 존폐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호소했다.
대신 편의점이나 일반음식점에서 주요 판매되는 355ml·500ml 캔과 500ml 병 등은 인상분에서 제외했다. 330ml는 주로 유흥업소 및 단란주점에서 판매된다.
양사의 가격인상은 '주세법' 개정의 영향을 받았다. 기획재정부의 '2020년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맥주와 탁주의 과세 체계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했다. 종량세는 물가상승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매년 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해 세율을 높이게 돼 있다. 이에 따라 3월부터 맥주와 막걸리 주세는 0.5% 인상됐다. 올해 맥주 1L에 붙는 주세는 834.4원이다. 지난해 830.3원보다 4.1원 올랐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가격 인상 당시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 일부 제품군만 가격을 인상키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세금 인상분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일부 제품만 가격을 올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맥주 가격 인상에 유흥업소·단란주점의 반발은 거세다. 편의점 및 식당에서 주로 쓰여 판매량이 많은 500ml 제품은 가격 인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적게 팔리는 330ml 가격만 인상하면서 해당 제품 구매자에게 부담이 가중됐다. 세금 인상분을 코로나19로 타격입은 유흥업소·단란주점에만 전가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특히 오비맥주의 경우 최근 '국부유출'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불매운동 여파가 심상치 않다.
업소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불매운동에 대해 업계의 평가는 갈린다. 통상 소비자들에게 어떤 주류를 판매할지의 선택권은 업소 결정에 달려있다. 편의점, 마트, 식당 등에서와 달리, 유흥업소·단란주점에서 맥주를 주문할 때는 특정 브랜드를 요구하기보다는 가게에서 제공하는 제품을 따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류 선택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유흥업소·단란주점업체들이 불매를 지속할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대로 그간 주류 소비의 점유율은 유흥용과 가정용이 6.5대 3.5 정도였지만 코로나 이후 3대 7까지 변한 상황에서 유흥업소와 단란주점 불매의 타격이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더구나 수도권과 부산 지역 유흥시설에 내려진 집합금지가 장기화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일각에서는 유흥용 제품가격을 인상한 뒤 식당 및 가정용 제품의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일부 제품을 올려 분위기를 본 후 본격적으로 가격인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3위 업체인 롯데칠성음료는 아직 클라우드 등 맥주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이후 시기적으로 좋지 않다는 판단과 소비자들의 저항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유흥업소 점주들 사이에 오비맥주와 테라 불매운동 의사를 보이는 것도 복합적인 고려 요소다. 하지만 주세법이 개정으로 주세가 오른 데다 업계 1·2위가 가격 인상을 연이어 결정한 만큼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별로 맥주 제품 리뉴얼 및 마케팅 강화에 매진하며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가격인상은 새로운 경쟁국면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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