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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마당에 돌아온 것들

이규성 선임기자.

요즘 마당에 신기한 일이 펼쳐지고 있다. 바로 참새, 고라니, 고양이가 그 주인공이다. 새삼 '세상이 변하니까 동물들까지 변한건지'. 이들은 오래전부터 잣나무골의 터줏대감이었을 터. 그 땅의 침입자인 내게 참으로 생소함을 준다.

 

우선 참새들이 돌아왔다. 한동안 보이지 않았다. '다들 어디 간거야'. 철새도 아니고 멸종된 줄 알았다. 삽시간에 사라진다는게 신기할 정도였다. 어릴적 논밭에서 냄비뚜껑을 두드리며 곡식을 지키느라 진절머리나게 했던 걸 생각하면 의아하지 않을 수 없는 일. 아예 참새가 없었던 건 아니다. 간혹 한두마리가 보이긴 했다. 그러던 참새떼가 요새 마당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 마당에 벌레들이 많아졌을가? 볍씨를 뿌려둔 것도 아닌데. 짹짹거리며 이리저리 날뛰며 분주한 모습이라니.

 

갈색 깃털 사이로 검은 세로줄 무늬, 두 줄 흰 띠를 한 날개, 흰 얼굴, 검은 턱이 정겹다. 다시 참새떼의 귀환으로 새로운 봄을 맞은 요즘 아침 마당의 풍경이다. 다른 사람에겐 별일 아니겠지만 내게는 아침이 완연히 달라졌다. 하여간 반갑다. 참새들아. 너희들의 귀가길이 편안했었길 바란다. 이제는 굳이 의아하다는 눈길로 너희를 바라보지 않기로 한다. 분주한 아침, '안녕'하고 인사나 잘 나누자.

 

의아한 짐승들이 참새말고 또 있다. 들고양이다. 이웃들 중에 먹이를 주는 이가 있어 들고양이들은 따로 사냥을 하지 않고 산다. 예전에는 쥐뿐만 하니라 족제비, 다람쥐, 뱀 등을 잡아먹던 놈들인데. 먹성 좋았는데. 사냥이 아니라 먹이활동이라고 해야겠지만 마당에서 고기라도 구워먹을라치면 조용히 다가와 보챈다. 그런 고양이들이 사냥을 하긴 한다. 하지만 사냥해서 먹진 않는다.

 

대신 먹이주는 이들에게 바치는건지, 간혹 현관 앞에 나가보면 죽은 쥐나 뱀이 있다. 알고보니 고양이들이 가져다 놓은 것이다. 빈번할 정도다. 우리 집만이 아니다. 이웃들도 한결같이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인터넷을 봤더니 도심에서도 '길냥이'가 그런 행동을 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세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인가. 고양이가 호의와 존중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자기가 먹을 걸 준다나.

 

고라니도 의아한 놈들이다. 이놈들은 인기척만 나도 쏜살같이 달아나야 정상이다. 예전엔 그랬다. 그런데 웬만하면 그저 풀이나 뜯으며 슬슬 눈치를 살핀다. 냅다 소리라도 치면 그제서야 후다닥 멀찍이 물러났다가 다시 와서 하던 일을 계속 한다.

 

눈을 마주친 적도 여러번이다. 예전같으면 상상 못할 일이다. 아예 사라져버리곤 했던 고라니들이 이제는 사람을 보고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약 올리는거니?' 황갈색 털이 귀여운 고라니는 입이 튀어나와 있고 송곳니를 지녔다. 송곳니를 가진 초식동물이라니, 그런 고라니들이 곧 가축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슬슬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으니 말이다.

 

이런 말을 하면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할 사람도 많을 듯 하다. 분명 고라니는 야행성이다. 그런데 가끔 낮에도 눈에 띤다. 그저 비탈에서 쉬거나 잠을 자는게 아니다. 아예 풀을 뜯고 있다. 그것도 무리지어서 새끼들까지 거느리고. 이 무슨 조화일까. 낮에 먹이활동하는 고라니들이 있다니. 세상이 변한 건지, 동물이 변한건지. 진리란 그저 불변하는게 아니라 변화하는 게 맞을 듯 싶다. 돌아온 참새떼, 사냥감을 바치는 고양이들, 사람곁을 어슬렁대는 야행성 초식동물, 모두가 기현상이라고만 설명되지 않는다.

 

하여간 얘들아, 침입자인 내가 이제 함께 살아도 된다는 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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