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5년차 전원생활자다. 그간 왕복 150㎞가 넘는 길을 출퇴근하며 살았다. '이게 맞는 건가'. 잠은 전원에서, 일은 도시에서 영위하는 정체의 모호함이란…. 늘상 혼란스런, 그 고단한 하루의 여정을 함께해준 것은 자동차다. 자동차는 충직한 파트너였다. 그럼에도 길이 막힐 때마다 운전대를 내버리고 싶은 적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저절로 달리는 '탈 것' 혹은 하늘을 나르는 '날 것'을 상상하면서. 충직한 친구를 버리지 못해 서글펐던.
출근길에서 누구나 한번쯤 가져봤음직한 생각들이다. 그 길위에서는 새들조차 부러웠다. 문득 7~8년전 '애플과 구글이 자동차산업을 지배하는 날'이라는 책을 본 적이 있다. '컴퓨터가 자동차를 대신 한다니…'. 덜컥 놀라움과 당혹감 속에서도 여러가지 의문이 들었다. '내게도 그걸 탈 기회는 오려나', '그러면 사람은 무얼 하라고 ?', '그게 정말 좋은 세상이기는 한 거야'란 생각들이었다.
코로나19가 덮친 지금, 마침내 그날이 왔다. 내 망상과 갈망속에서 막연했던 존재가 실현되고 있다. 이제 자동차산업은 IT산업으로 변모하는 중이다. 미래차란 차량 탑재 OS, 자율주행, 전기자동차가 산업의 대전제가 되고 있다. 구글의 '자율주행', 애플의 '카 플레이', 포드의 '앱링크', 테슬라의 '전기자동차', 집단주행, 하늘을 나는 자동차까지….
실리콘밸리의 최강자들과 GM, 폭스바겐, 포드, 현대차 등 자동차제조 강자들이 내놓는 자동차의 미래는 현란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나는 달라지는 세상에 대해 아무런 준비도 대책도 없다. 분명 내 삶의 한복판으로 다가왔는데….
겨우 자동차와 반도체 관련주 몇 개 가지고는 있지만. 이제 내 겨드랑이에서 깃털이 자라길 꿈꾸지 않아도 될 세상, 더 이상 유랑의 피냄새를 맡지 않아도 되겠다.
이미 전쟁의 서막이 열린지 오래다. 지금은 극렬한 전쟁의 한복판이다. 그 와중에 나는 새로운 자동차세상을 감지하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다. 이제라도 고민을 시작해봐야되는건가?. 모든 비지니스 생태계가 이전과 판이하게 달라질텐데 매일매일 노마드적인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야만 한다. 내 생명력도 이 전쟁의 한복판에 비껴나 있지 않다면 어떤 준비가 있어야만 한다. 막상 생각해보면 이 전쟁에서 관중석의 힘찬 응원이 전투에서의 백미가 될 듯하다.
얼마전 우리를 강타한 '애플카' 소동은 단순한 헤프닝으로 치부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일들은 우리가 경기장에 있는 한 늘상 관전해야할 일상사로 다가올 것이다. 다만 지금 우리는 자동차 전쟁의 범위, 깊이를 다 헤아리기는 어렵다. 단지 개미들이 가져야할 패러다임의 시프트도 변화해야할 시점인 것은 명백하다.
아직 개미들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로 새겨져 있지는 않다. 내가 25년전쯤 막히는 길위에서 새로운 '탈 것'을 상상하면서도 대책없이 산 것처럼. 즉, 나는 전쟁터에는 존재하나 병사는 아니었던 셈이다. '12번째 선수'이지 않은 축구장의 관중이라고나 할까. 분명 내 꿈에 다가선 작품이 바로 '미래차'라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라도 나는 미래차에 관한 관전자가 아니라 주역이여야만 한다.
그리하여 맨 처음으로 미래차전쟁의 선두에서 싸우는 이들에게 힘찬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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