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국민의힘의 주도로 필리버스터가 진행됐다. 필리버스터는 국회에서 소수파가 다수파 의사 진행을 지연시키기 위한 '합법적'인 무제한 토론 방해 제도다. 국회법에 따르면 재적의원 3분의 1 동의를 받은 요구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는 것이 필리버스터 시작 요건이고 더 이상의 토론자가 없을 때 까지 필리버스터가 진행된다. 재적의원의 3분의 1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토론을 종결할 수 있고, 무기명 투표를 통해 5분의 3의 종결 찬성을 얻으면 필리버스터는 끝난다. 필리버스터는 시간을 지연시키는 전략일 뿐, 실제로는 다수당의 의사대로 법안이 통과되는 경우가 많다.
필리버스터의 어원은 원래 해적선·약탈자를 뜻하는 스페인어에서 왔으며, 1854년 미국 상원에서 캔자스·네브래스카 주 신설 반대에 관하여 토론 지연 전략을 펼친 것에서 유래됐다.
대한민국에서는 제헌의회 때 필리버스터 제도가 법제화됐으며, 故 김대중 대통령이 1964년 자유민주당 김준연 의원의 구속을 막기 위해 원고 없이 5시간 19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해 결국 해당 안건 처리가 무산됐다. 이후 유신 체제를 거치면서 필리버스터 제도는 사라졌다. 지난 2012년 18대 국회에서 폭력이 난무하는 동물국회를 방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 제도를 부활시켰다. 지난 2016년 새누리당이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려고 하자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38명 의원이 '8일 17분간'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작년에는 공수처법과 공직선거법 갈등으로 자유한국당이 12월 23일 21시 49분부터 26일 자정까지, 27일 오후 9시 26분부터 29일 자정까지 무제한 토론 지연 작전을 시행했다. 하지만 이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까지 필리버스터에 합세해 모양새가 이상하게 됐다.
상대방의 의사를 지연시켜야 하는 만큼, 얼마나 토론 단상에서 오래 버티느냐도 의원들의 능력이다. 미국에서는 단상을 떠나면 토론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파악해 의원들은 필리버스터 전에 사우나에서 땀을 빼고, 수분 섭취를 최소화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한다. 한국에선 원칙적으로 토론 단상을 벗어나면 토론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지만 2016년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을 다녀온 이후로 2019년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도 다녀오는 등 화장실 사용에 대해서 관대한 편이다.
점점 지루해지는 필리버스터 속 의원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다. 미국에서는 성경을 읽거나 요리책을 읽는 의원도 있으며 일본에서는 시간을 지연시키기 위해 기표소까지 엉금엉금 기어서 가는 의원도 있었다. 지난 2019년 토론자로 나선 자유한국당 유민봉의원은 24일에서 25일이 되자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해 훈훈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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