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소재 경원중학교를 마을결합 혁신학교 지정 여부를 둘러싼 학교와 학부모 사이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올라온 경원중학교 혁신학교 취소 청원에는 1만 2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동의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0월 27일 경원중학교를 마을결합 혁신학교로 지정했다. 마을결합 혁신학교란 서울시가 내놓은 혁신학교 모델로, 기존 자유로운 수업 환경과 토론 위주 수업에 더해 지역사회와 함께 학생의 성장을 도모하는 교육 모델이다. 경원중학교는 작년부터 마을 결합 중점학교로 지정돼 예산 3000만원을 배정 받았고, 내년 3월부터는 마을결합 혁신학교로 7700만원의 예산을 추가로 지급받을 예정이었다.
경원중학교 학부모들과 초등학생 자녀의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는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기존에 실시하던 사업이라서 동의를 표시한 것 뿐이지 혁신 학교인지는 몰랐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원중학교 교장이 사는 아파트 앞에는 "나는 너를 죽어서도 잊지 않겠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붙기도 했고 혁신학교 지정 반대측의 폭력적 언사와 협박에 경원중학교 교직원들은 폭력적 행위를 멈춰 달라는 호소문을 내기도 했다.
7일 밤에는 학부모들이 경원중학교 앞에 7시간 동안 추위 속 농성을 벌여, 결국 오후 11시를 넘겨 교육청·학교·학부간 합의문이 발표됐다. 합의문은 ▲경원중학교는 마을결합혁신학교에 대하여 학부모의 의사 결정이 있는 경우 추진하지 않기로 한다 ▲경원중학교는 학부모 및 지역사회의 의견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등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관련 행정 절차를 진행하기로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추후 진행될 경원중학교의 마을결합혁신학교와 관련한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라 처리한다는 내용이다.
학교 측은 마을결합 혁신학교 지정 과정에서 학부모의 69% 동의와 교원 80%의 찬성이 있었다며 절차상 하자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학부모 측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학교가 공청회도 열지 않고 가정통신문을 배부해 찬반 여부를 조사했다며 과정에서 실질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학교를 혁신학교로 전환하려면 '설명회→학부모 동의율 조사→학교운영위원회→신청'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경원중학교 혁신학교 지정 문제의 가장 큰 산은 '혁신 학교' 그 자체에 있다. 혁신 학교를 반대하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자유와 토론을 중시하는 혁신 학교 모델 속에서 학생들이 비(非) 혁신학교 학생들 보다 학력이 뒤쳐진다고 생각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통계도 있다. 2016년 전국을 대상으로 한 국가수준 결합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혁신학교 재학생의 학업 성취도 미달 비율은 전국 고교 4.5%, 중학교 5.0% 반면에 혁신학교 재학생들은 고교 11.9%, 중학교 5.0%로 나타나 수치상 혁신학교 재학생이 학업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해당 통계를 제대로 읽어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009년부터 김상곤 교육부장관 시절 부터 도입된 혁신학교 모델은 교육 환경이 취약한 곳부터 지정됐기 때문에 애초에 혁신 학교로 지정되는 학교 재학생의 학업 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2019년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는 '혁신학교는 학력을 저하시키는가' 제목의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혁신학교에서 일반학교보다 상위권과 하위권의 학업 성장률이 더 크고 중위권의 하락 비율이 낮게 나타나는 등 층위별로 고른 성장을 통해 교육 격차를 줄이는 효과가 확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에서 혁신 학교 지정은 논란 거리가 되고 있다. 2019년엔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내 신설 중학교의 '예비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서울 강동구 강동고도 내년 3월 마을결합 혁신학교로 바꾸려다가 강한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철회했다. 교육여건이 취약한 곳에서 지정이 수월했던 혁신학교가 교육 여건이 좋고 학부모의 교육열이 높은 곳에서는 찬밥 신세가 돼버린 것이다. 이에 더해 혁신학교로 지정이 되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소문도 학부모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임기 내내 혁신 학교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온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격화되고 있는 경원중학교 혁신학교 지정 갈등에 이렇다할 언급을 내놓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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