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전남 여수의 한 가정집에서 생후 2개월 된 아기의 시신이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가정에서 방치돼 있는 7살, 2살 아이를 발견하고 아동보호전문 기관으로 인도했다. 아이들이 발견된 집은 5톤의 쓰레기가 가득 들어차 있어 성인이 제대로 움직이기 조차 힘들었다고 알려졌다. 숨진 아이의 어머니인 A(43)씨는 경찰 조사에서 2018년 8월 집에서 쌍둥이 출산했고 2018년 10월에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보니 아이가 바닥에 깔아놨던 수건을 얼굴에 덮은 채 숨져있었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을 관심있게 지켜본 사람들은 떠오르는 사건이 있을 것이다. 14년 전 서초 서래마을에서 일어난 프랑스인 부부 영아 살해 사건이다. A씨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진행되고 아이의 정확한 사인이 밝혀져야 하겠지만, 아기의 시신을 유기했다는 공통점 말고는 구체적인 사안에선 다른 점이 많다.
서래마을 영아 살해 사건은, 모 자동차 회사의 임원인 장 루이 쿠르조를 따라 한국에서 살던 부인 베로니크가 2002년 8월 임신한 채 가족들과 입국 해 남편 출장 중에 홀로 집에서 낳은 아이와, 2003년 11월 출산한 아이를 살해해 냉장고에 유기한 사건이다.
● 2006년 서래 마을 영아 유기 사건 : 경제적 풍족, 안정된 가정, 임신 거부증
이 사건은 남편인 쿠르조가 가족들보다 먼저 한국에 입국한 2006년 7월 23일, 냉장고에 음식을 보관하기 위해 냉장고를 열었던 영아 2명의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가정부, 쿠르조의 친구 등 주변인을 수사했지만 단서를 잡지 못하다가 숨진 영아의 DNA가 크루조를 친아버지로 지목한다는 국과수 검사 결과를 받았다. 이미 쿠르조 가족은 프랑스로 떠난 뒤였으나, 국과수가 쿠르조의 서래마을 집에서 두 아들의 칫솔에서 DNA를 추출해 검사를 한 결과 아들 2명과 숨진 영아 2명이 서로 형제라는 결과를 발표해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런 한국 수사 당국에 발표에, 쿠르조와 베로니크는 혐의를 부인하고 국과수의 결과를 믿지 않았다. 결국 프랑스 수사 당국이 국과수에 증거를 전달받고 재수사를 진행한 결과, 국과수의 검사가 맞았다는 것을 밝혔다. 그 때 까지 혐의를 부인하던 부인 베로니크는 자신의 단독 범행이었음을 시인했으며, 의료진은 수개월 간의 심리 조사 끝에 그녀가 '임신거부증'을 앓고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
임신거부증은 임신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정신질환으로 자궁의 발달 방향이 달라져 출산 시기가 다가와도 배도 부르지 않고 고통도 없다. 남편인 크루즈와 지인들도 베로니카의 임신 사실을 눈치 못 챈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CBS 라디오에 출연한 손수호 변호사는 이 사건을 설명하면서 "프랑스에서는 매년 800명에서 3000명의 사람들이 임신거부증을 앓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며 "2010년에는 영아 6명을 살해한 프랑스 여성이 징역 15년 형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프랑스 언론은 이 사건을 대서특필했고, 재판에서 베로니크는 "내가 낳은 것은 아이가 아니었다. 내 뱃속에서 나온 무언가를 내 신체의 일부이던 무언가를 내가 죽였다"고 말했다. 베로니카는 1999년에도 아이를 출산해 벽난로에서 집어넣고 살해한 전력이 밝혀져 한국과 프랑스에 큰 충격을 줬다.
프랑스에서도 베로니카가 심각한 정신질환은 알고 있다는 측과 명백한 거짓말이라는 의견이 팽팽했지만 의료진의 수개월 간 심리 검사를 통해 정신질환을 인정받아 징역 8년형을 선고 받았다. 그리고 4년 만에 이 사건에 대해 언론 접촉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가석방됐다. 크루즈 가족들은 베로니카가 석방될 때까지 기다려줬다고 한다.
이후 남편 쿠르조는 이 사건을 다룬 책 "그녀를 버릴 수가 없었다"를 출간했다.
● 2020년 여수 영아 유기 사건 : 경제적 궁핍, 불안한 가정, 고립
베로니카-크루즈 부부는 궁핍하지 않았다. 사실 부유한 편에 속했다. 반포 서래마을에 살았고, 크루즈가 자동차 회사 임원이었으며, 살림을 위해 가정부까지 고용했다. 두 아들까지 있었다. 두 아들에게는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A씨는 경제적으로 힘들었다. 홀로 2명의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였으며, 돈을 벌기 위해 저녁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식당일을 했다. 주변 이웃들과 교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친아빠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가족에게 의지할 사정도 아니었던 걸로 보인다. 경찰 조사에서 A씨에게 숨진 아이가 학대 받은 흔적이 없는데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혼자 있어서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렇게 세상과 연결을 끊고 그녀만의 잘못된 '비밀'을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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