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 선진국인 네덜란드에 찾아가 직접 양채(서양채소)를 들여왔습니다. 제가 따로 종자를 개량해, 농민들과 함께 봄 ·가을에 총 4번의 적응성시험을 거칩니다. 기후와 토양에 맞춰 병충해에 강한 종자로 개량하고 맛과 향 같은 품질을 최대로 고려했습니다. 수확 이후에도 영농조합을 통해 유통 마진을 줄여 대한민국 대표 양채 마을로 커가고 있습니다"
충청북도 제천시 덕산면에 위치한 제천양채영농조합법인 이은일 사장은 종자 개량 전문가다. 총 13가지 양채를 들여와 토양과 기후에 맞게 개량한 것도 이 사장과 조합원들이다. 비트 같이 요새 인기를 끄는 양채부터 미니 양배추. 라디치오 같은 생소한 양채도 그가 처음 국내에 들여왔다.
종자 연구개발에 힘쓰고 영농조합을 통해 유통 마진을 줄이니 농가 소득이 올랐다. 2010년에 설립된 제천양채영농조합은 이 사장을 비롯 27명의 조합원이 종자 연구개발, 육묘, 수확, 유통, 판매까지 생산의 전 과정을 담당해 지난해에만 70억의 매출을 올렸다. 그가 밝힌 올해 목표 매출은 100억 원이다. "투자가 답입니다. 다른 기업에 비하면 많지는 않지만 조합 운영에서 이익이 나면 바로 종자 연구 개발에 재투자 합니다."
지나가던 이학귀 신현1리 이장도 거들었다. "우리 사장님이 좋은 종자를 가져와서 농민들과 함께 개량하니까 아주 좋은 점이 많습니다. 우리 아들도 농사를 배운지 4년쯤 됐는데, 연봉이 대기업 다니는 사람 못지 않습니다"라며 웃음 지었다.
제천양채영농조합은 열악한 국내 종자 산업에도 불구하고 종자 개량에 힘써 성장세를 기록중이다. 그는 "IMF 외환위기 때 토종 종자권이 있던 기업들이 다국적 기업에 팔려나가서 지금은 영세한 업체 밖에 없습니다. 청양고추 종자도 우리 농민들이 외국회사에 로열티를 주고 사와야 하는 실정입니다"고 말했다. 중앙 농묘, 서울 농묘 등 아시아권에서 꽤 컸던 종자 기업은 몬산토, 신젠타 같은 거대 다국적기업에 팔려나갔다.
그는 귀농인에게도 조언을 잊지 않았다. "우리 영농조합에도 많은 귀농인이 있습니다. 선배 귀농인들에게 조언도 얻고 우수한 개량 종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영농조합에 귀농인들이 문을 두드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업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종자 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2020년 10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세계 종자시장을 선점한 다국적 종자 기업들은 막대한 로열티를 벌어들이고 있지만 한국의 종자 산업은 전체 종자 시장에서 약 1%만 차지할 뿐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농가가 외국 종자 기업에 주는 로열티가 2020년 79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2012년부터 10년 계획으로 종자의 국산화를 위한 국가 전략형 종자 연구개발 사업 '골든시드프로젝트(GSP Golden Seed Project)'를 진행하고 있다. 종자의 외국 의존률을 낮추고 수출 확대를 목표로 하는 본 사업은 민관 5000억원 투자를 받았고 내년에 종료된다.
반면 GSP가 투자한 것에 비해 결과는 미미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관련 논문을 쓴 이기섭 스마트경영연구원 대표는 "학계의 여론도 투자 대비 결과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라며 "양질의 토종 종자를 개발한 튼튼한 중소기업들도 많다. 관이 성과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기업에 투자를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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