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계곡이 불법시설물 철거로 시민 품에 돌아왔지만 현장에선 지자체와 지역 상인이 상생 방안을 찾지 못해 충돌하며 엇박자를 내고 있다. 상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편의시설까지 없애놔 손님들을 계곡으로 유인할 방법이 사라졌다며 울상을 지었다. 반면 지자체는 장기적인 하천 복원 사업을 통해 지역 주민 편의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4일 경기도 양주시 일영유원지와 장흥유원지에선 불법시설물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지난해 8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계곡 내 불법시설물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본격적인 단속에 들어가자 상인들이 이를 모두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양주시 삼상리 일영유원지에서 산장을 운영하는 A씨는 "벌금 3000만원을 내라고 하니까 철거하지 않고 버틸 수가 없다"면서 "대학들이 가까이 있어 MT, 단체 워크숍으로 3월부터 예약이 꽉 차야 정상인데 지금은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아도 사람들이 오지 않아 방이 텅텅 비었다"고 털어놨다.
철거된 평상 자리를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던 그는 "우리 가게 위쪽으로 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로 묶여 있어 볼거리나 놀 거리가 다양하지 않다"며 "지자체에서 그런 부분을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혁성 삼상리 이장은 "예전에는 벌금을 맞고 장사해도 수입이 더 많아서 상인들이 벌금을 내고 장사를 계속한 측면이 있었다"며 "지금은 음식 장사를 하는 사람은 철거에 반대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철거에 찬성한다"고 설명했다.
양주시 석현리 장흥유원지도 하천을 점유하고 있던 불법시설물을 없애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었다. 이날 유원지에 온 시민들은 불법시설물이 있던 자리에 캠핑 의자를 펼치고 앉아 산림욕을 즐겼다.
장흥유원지에서 음식점을 꾸려온 B씨는 "솔직히 우리 같은 입장에서 이번 조치를 반길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가게 앞 하천들은 상인들이 관리를 잘해놔 깨끗한데 다른 데는 풀 나고 더럽고 관리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은 약자인 우리가 벌금을 물어가면서 장사했는데 철거되고 코로나까지 찾아와서 가게를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C씨는 "유원지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게 하려면 불법시설물 철거 외에 지자체에서 또 다른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호주의 블루마운틴은 순환버스가 있어 승용차 없이도 관광하기 참 좋다. 그런데 여긴 유원지임에도 버스 배차간격이 1시간"이라며 답답해했다.
지자체는 하천 복원 사업을 벌여 유원지에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목표다. 이명우 양주시청 안전건설과 주무관은 "올해는 석현리를 중심으로 하천 정비, 미비 산책로·화장실 설치와 같은 사업을 추진한다"며 "불법시설물 철거 성과나 주민 협조, 사업 효과 등을 토대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청은 현재 25개 시군, 187개 하천에 있던 불법시설물 1463곳 중 1383곳이 철거된 상태라고 밝혔다. 도는 하천을 정비하고 화장실·쉼터주차장·공동 판매장 등 편의시설 설치, 마을 공동체 구성과 사업지원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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