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에게 폭행과 폭언을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희석 경비원의 발인이 14일 새벽 진행됐다. 주민들은 '억울하다'며 유명을 달리한 혼을 달래기 위해 노제를 열어 영정을 들고 찾은 최씨의 유가족을 맞았다. 해당 사건과 관련 아파트 입주민이 가해자 엄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이틀 만에 3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아파트 같은 공용주거시설에서 시설관리와 주민안전을 담당하는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폭언과 폭행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4년 압구정동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의 언어폭력에 못 이겨 극단적 선택을 한 故 이만수 경비원은 경비 노동자의 취약한 처지를 전국에 일깨운 사건이었다. 2018년 10월 서대문구 한 아파트에서는 한 아파트 입주민이 70대 경비원을 폭행 끝에 숨지게 해 큰 충격을 주었다. 13일 서울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서울 강서구 등 4개 자치구 아파트에 근무하는 아파트 경비원 49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19.1%는 입주민으로부터 '부당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고가의 아파트가 많은 서울에서 일하는 경비원만 입는 피해가 아니다. 2017년 1월 전남 완도에서는 40대 공무원이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에서 일하는 경비원들을 총 3회에 걸쳐 괴롭힌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2017년 4월에 강원도 춘천에서는 입주민 A(51)씨가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어 경비원을 때린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지난 2019년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경욱 의원과 윤관석 의원이 각각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6월 말 기준)까지 최근 5년간 공공임대주택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입주민이 가한 폭언·폭행은 2923건에 달했으며,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폭언·폭행도 73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한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갑질을 사전에 차단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주택주택관리사협회는 13일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 70%가 넘게 거주하는 공동주택에서 일부 입주민과 외부인의 경비원·관리사무소 직원들에 대한 폭력으로 사회적인 비극이 증가하고 있다"며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갑질과 폭력 등으로부터 공동주택 관리사무소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관련 법률의 제·개정이 필요하다"고 국회의 역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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