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유영민 소재부품장비인력발전특별위원장, 성윤모 산업부 장관 등이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소재·부품·장비·인력발전특별위원회에서 함께 '소·부·장'을 외치고 있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의 증시 입성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개정된 소부장 특별법 개정이 기업공개(IPO) 움직임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올해 소부장 산업에 편성된 2조1000억원의 예산도 신속하게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와 한국거래소의 정책이 맞물리며 '소부장 전문기업 상장특례(소부장 패스트트랙)'는 더 활성화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KRX)는 지난해 9월 '소부장 전문기업 상장특례' 제도를 마련했다. 소부장 기업이 기술특례 상장 신청 시 외부 평가기관 단 한 곳에서 A등급 이상을 받으면 된다. 2개 기관에서 각각 A, BBB 이상 등급을 확보해야 하는 일반기업보다 크게 완화됐다.
기간도 대폭 단축됐다. 상장예비심사 기간이 기존 45영업일에서 30영업일로 줄어 들었다. 소부장을 비롯해 핀테크 등 첨단기술 업종의 특례상장 사례 늘리겠다는 공언은 미래가 유망한 신성장 분야 기업을 발굴하겠다는 거래소의 의지로 읽힌다.
소부장 기업들은 신바람이 났다.
오는 20일 코스닥 상장을 앞둔 2세대 초전도 선재 제조기업 서남의 문승현 대표이사는 "상장 심사 기간이 대폭 단축돼서 좋다. 오랜 기간 기술개발을 한 업체들이 조급증 없이 갈 수 있는 방향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선발주자의 선전은 소부장 상장 열기를 끌어 올렸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지난해 최고 경쟁률인 1290대 1을 기록한 화합물 반도체용 패키지 제조기업 메탈라이프가 대표적이다.
메탈라이프는 상장 첫날인 지난해 12월 24일 공모가(1만3000원)보다 160%나 뛰어오른 3만3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슈로 국내 증시가 하락하며 '예고된 흥행'은 깨졌지만 1만7000원을 웃돌고 있다. 전염병 여파가 끝나면 다시 상승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승현 서남 대표이사가 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초전도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송태화 기자
소부장 특례상장의 흥행은 계속될 전망이다.
소부장 패스트트랙 제도로 상장을 앞둔 한 기업 최고재무관리자(CFO)는 "상장 선례를 살펴볼 수밖에 없는데 메탈라이프의 흥행이 증시 입성을 고려하는 후발주자를 자극했다"고 했다. 레몬·제이앤티씨·엔에프씨 등 이달 소부장 기업들도 대거 수요예측에 나선다.
증권사도 소부장 기업 발굴에 한창이다. 일반 기업 두 배 수준인 4%대의 높은 수수료율 때문이다. 낮아진 문턱 때문에 더 쉽게 상장시킬 수 있는 데다 상장 예비심사 기간이 대폭 줄며 변수가 많은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평가다.
테슬라 요건 상장이나 성장성 특례상장 처럼 상장주관사가 풋백옵션(환매청구권)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소부장 특례상장 1·2호 메탈라이프와 서남의 주관사를 맡은 한국투자증권은 메탈라이프로부터 약 3억7000만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서남에서도 비슷한 금액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소부장 상장특례를 비롯한 기술특례제도의 활성화로 올해 신규 상장사 수와 공모 금액은 지난해 규모를 넘어설 전망이다. SK증권 중소성장기업분석팀은 "지난해 3조5000억원(코스피 9000억원·코스닥 2조6000억원) 수준이었던 총 공모 금액은 올해 4조원을 무난히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