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 최고경영진에 중징계를 내리면서, 우리금융그룹과 우리은행의 지배구조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오는 7일 예정된 우리금융 정기이사회에서 지배구조과 관련해 어떤 입장이 나올 지 귀추가 주목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7일 우리금융은 결산 실적을 보고받는 정기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이날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달 30일 DLF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게 사전 통보한 '문책경고'를 확정했다.
제재심은 우리은행이 내부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아 DLF의 손실 위험을 고객에게 알리는 데 소홀했다는 금감원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내부통제 부실을 문제삼아 경영진을 문책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은행 측의 주장은 수용되지 않았다.
중징계가 확정되면 손 회장은 3년간 금융기관 취업이 제한된다. 손 회장은 오는 3월 열릴 주주총회를 거쳐 연임을 앞두고 있었으나, 금감원의 이번 결정으로 향후 거취가 불투명해졌다.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일정도 잠정적으로 중단됐다.
우리금융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지난달 31일 오전 10시부터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으나 끝내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지 못했다. 임추위는 이날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 추천을 향후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애초 임추위는 3차례에 걸쳐 3명의 후보(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이동연 우리FIS 대표 겸 우리은행 IT그룹 부행장·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장 겸 HR그룹 집행부행장)를 지난달 28일 선정했다. 29일에는 이들을 대상으로 최종 면접을 진행해 후보를 1명으로 확정할 계획이었으나 격론 끝에 최종 후보 결정을 31일로 미룬 바 있다.
우리금융 내에서는 대응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금융은 31일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손 회장은 이날 이사회 위원들에게 "잠시 시간적 여유를 갖겠다"는 취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이 기간 동안 행정소송을 진행해 연임을 강행할 지, 사임의 뜻을 밝힐 지 생각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으로서는 금감원에 이의제기를 하거나 법원을 통해 효력정지가처분 신청 등을 진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금감원에 맞서는 형국이 될 수밖에 없어 부담이 크다. 또 향후 금융위원회에서의 추가 공방이 길어져 결론이 주주총회 이후로 미뤄질 경우, 손 회장의 연임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우리금융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결정 사항은 내놓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일단 금융위원회의 최종 의결까지는 시간이 있는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들을 염두에 두고 추후 진행상황을 논의하겠다"며 "일부 언론에서 손 회장의 연임 포기 등 다양한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으나 확대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