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점 더 떨어지나… 확대된 변동성, 포트폴리오 수정 기회 삼아야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슈로 개인투자자들의 옥석가리기가 한창이다. 글로벌 경기가 개선됨에 따라 탄탄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유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염병 이슈 때문에 주가 하락폭이 컸던 저평가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 저평가 종목을 사들여 훗날 차익을 챙기려는 개인투자자들의 장기투자 전략으로 풀이된다.
◆1월 개인 순매수 역대 최대
한동안 가파르게 오르던 코스피는 전염병 악재에 무너졌다. 설 연휴 이후인 지난 28일부터 31일까지 코스피는 4.37%, 코스닥은 4.26% 떨어졌다. 대형주도 4.39% 하락했다. 이 기간에 기관은 1조4375억원, 외국인은 1조2608억원씩 각각 순매도했다. 경기가 둔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낀 기관과 외국인이 차익 실현에 나선 정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은 오히려 매수 규모를 늘리는 추세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은 코스피시장에서 4조761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5조원 가까이 팔아치운 기관과 정반대 행보다. 투자자별 매매 동향 통계를 집계한 2001년 8월 이후 월 순매수 규모가 가장 컸다.
개인의 매수세는 신종 코로나 이슈가 본격화된 후부터 두드러졌다. 전체 매수 금액의 60%에 가까운 2조6425억원을 지난 20일 이후 7거래일 만에 사들였다.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은 이 기간에 총 104조원가량 증발했으나 개인은 줄곧 '사자세'로 일관했다.
개인은 대형 반도체 종목을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개인의 순매수 상위 3개 종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전자우로 나타났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신종 코로나로 인한 조정이 개인투자자에게 저가 매수의 호기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 이슈가 불거지기 전인 20일 코스피 시장에서 6만2400원에 거래를 마친 삼성전자는 31일 10.63% 하락한 5만6400원에 거래를 끝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전염병 우려로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한 것은 반도체 상승 2차 사이클에 동참할 기회"라고 추천했다.
신종 코로나 확산 추세에도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증권가의 전망은 여전하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국내 증시 상승세는 반도체 업종에 치우쳐 기술적 부담이 커졌었다"며 "미·중 무역 분쟁의 불확실성이 단계적으로 약화할 가능성이 크고 상장 기업의 실적 회복에 대한 가시성도 높아 추가 조정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반도체주 매수…"저평가 우량주 찾아라"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되고 있는 매수세가 다른 업종으로 분산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자동차와 철강 등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았던 업종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가 가져온 시장 변동성을 포트폴리오 조정의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한다. 윤영교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제조업의 경기 반등으로 경기민감 업종의 이익 부진이 완화될 것"이라며 "반도체 대형주에 몰린 매수 기운이 다른 업종으로 분산되면서 자동차·은행·화학·철강 등 업종의 재조명이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동차 업종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지난해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거둔 탓이다. 신차 효과와 우호적인 환율 환경이 맞물린 만큼 상승세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올해 현대차 목표주가는 16만~18만원 선으로 압축된다. 현대차는 31일 코스피 시장에서 전날보다 1.96% 하락한 12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편 저점이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분기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 수출 증가율, 관련 기업들의 이익증가율은 계속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감염자 수의 증가 폭이 둔화되는 시점이 돼야 진정한 주가 반등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과의 무역 감소로 조선이나 철강뿐 아니라 중국의 원유 수요가 줄어 들어 원유 관련 업종인 화학, 정유 역시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