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에게 30일은 '운명의 날'이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관련한 세 번째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가 열린 까닭이다.
이 날 제재심에선 우리은행에 대한 기관 징계와 경영진 징계의 수위가 결정됐다. 이번 DLF 사태는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도 함께 엮여 있어 금융위원회의 최종 의결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실제 징계 효력이 발생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모될 것으로 보인다.
차기 우리은행장의 역할은 그런 점에서 더욱 막중하다. 당초 29일 오후 발표가 예정됐던 차기 행장의 최종후보 선임은 오후 6시가 넘도록 마무리되지 못하고 31일 속개하기로 결정됐다. 임추위가 하루 전날 열리는 3차 제재심을 지켜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하는 이유다.
올해 우리은행에게 주어진 과제는 하나 하나가 모두 위중하다.
우선 DLF 사태에 따른 금융당국 제재심으로 어수선해진 내부 조직을 안정화해야 한다.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측면에서도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한다. 지난 16일 열린 2차 제재심에 대해 금융정의연대와 DLF피해자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에서는 "사태의 책임을 물어야 할 최고 책임자들의 연임을 보장하는 것은 금융 사고를 일으킨 은행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치열해진 금융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금융은 2020년 주요 경영전략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글로벌 사업 강화 ▲디지털 혁신 선도를 내놨다. 이에 따라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 및 글로벌·디지털 전략 추진과 관련해서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현재 차기 행장의 최종후보군인 김정기·권광석·이동연 후보는 모두 '젊은 피'인 60년대생이다. 후보들 중 누가 선임되더라도 '새바람'이 불 것이라는 관측이 크다. 차기 우리은행장이 불러일으킬 바람은 훈풍이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