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반도체 붐'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회사를 합친 시가총액은 421조원을 넘어서며 코스피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30% 돌파도 눈앞에 뒀다.
삼성전자는 연일 최고가 기록을 다시 쓰는 중이다. 지난 9일 5만8600원을 기록해 1975년 6월 11일 상장 이후 약 45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하더니 이튿날 1.54% 오른 5만9500원에 거래를 마감해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틀 연속으로 새 기록을 쓴 셈이다. 이전 최고가는 2017년 11월 1일이었다.
SK하이닉스도 10만원 고지를 눈앞에 뒀다. 10일 100원(-0.1%) 하락하며 잠시 주춤했지만 지난 9일 9만9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이틀 연속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외국인의 '삼성 사랑'… 올해 6268억원 매수
반도체주는 장밋빛 전망을 이어가고 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종은 지난해보다 30%에 가까운 이익 증가율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지금이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사야 하느냐"는 고민이 일고 있는 이유다.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발표도 반도체주 상승의 원동력이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7조1000억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0조8006억원)과 비교하면 34.3% 감소했지만 시장 전망치(6조5000억원) 수준보다 10% 이상을 웃돌았다. 예상치 못했던 '깜짝실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에서 비롯된 중동 리스크도 삼성전자의 상승세를 막진 못했다. 매수세는 특히 외국인 투자자에게서 두드러졌다. 외국인은 지난 10일 장 마감까지 올해 6268억원치를 순매수했다. 7거래일 동안 하루 평균 900억원치에 가까운 주식을 사들인 셈이다. 삼성전자우도 269억원 순매수했다.
◆"어디까지 오를까"… 증권사 전망은?
삼성전자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음에도 상승 여력은 남아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이뤄지며 실적 반등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실적개선 폭이 가장 큰 섹터가 반도체일 것이라 데 입을 모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눈높이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부문에서 D램과 낸드(NAND)의 평균판매단가(ASP)가 계속 올라갈 것이며 출하량도 양호할 것"이라며 "실적개선이 확실시된다"고 예측했다. 이어 "스마트폰 사업 부문(IM)에서도 출하량 증가와 폴더플폰 등 이익률이 높은 고가폰의 비중이 상승함에 따라 영업이익이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증권사들이 제시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 평균치는 6만8000원 정도다. 현재 주가 대비 15% 이상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와 더불어 SK하이닉스의 예상 주가도 대폭 올라갔다. 미래에셋대우가 11만5000원, 하이투자증권이 13만원, 삼성증권이 12만원 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유안타증권은 두 회사 모두에 평균보다 높은 예상 주가를 책정했다. 삼성전자가 7만2000원, SK하이닉스가 14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업종의 실적 개선이 본격화할 전망"이라며 "올해 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부문 합산 매출액은 88조원으로 작년보다 16%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28조원으로 92% 늘어나면서 강한 실적 모멘텀을 과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에 가장 높은 7만4000원의 목표주가를 정한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0.2배로 글로벌 정보기술(IT) 경쟁사 대비 밸류에이션 매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