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홍 KEB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이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용카드사의 국내시장 리스크 관리와 성공적인 해외시장 진출 방안' 학술대회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홍민영 기자
민간소비 위축과 가계대출 규제로 신용카드사의 국내 영업환경이 어려워짐에 따라 카드사의 해외 진출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신용카드사의 국내시장 리스크 관리와 성공적인 해외시장 진출 방안' 학술대회에서 김종배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은 "신용카드사의 해외 진출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해외시장의 변화 흐름과 적합한 사업모델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소비 위축·대출 규제…카드사 영업 수익↓
최근 신용카드 산업을 둘러싼 국내 경영 및 시장 환경은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상반기 카드사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 이상 감소하면서, 국내 여신전문금융사(이하 여전사)들의 영업현황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추세다.
민간소비가 위축되면서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도 저하될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낮아졌으나 부채가 소득·금융자산의 증가율을 상회하면서 가계의 채무상환부담은 여전히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카드론의 주요 고객층이 부정적인 경제 환경에 민감한 중·저신용자 또는 다중채무자라는 점에서 이는 더욱 민감한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 차주의 상환 능력이 저하될 경우 카드사의 연체율 상승은 불가피하다. 실제 2016년 이후 최근까지 카드사 연체율은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규제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카드사의 국내 영업을 제한하는 요소 중 하나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율은 5% 수준으로 낮아졌으나, 금융당국은 당분간 가계부채 안정 기조를 유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카드사의 가계부채 증가율도 6~7% 내외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4분기부터 판매된 카드사의 중금리 대출을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제외하기로 했으나 다소 까다로운 중금리대출 인정기준으로 인해 카드사들로서는 판매 유인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박지홍 KEB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와 건전성 관리 등으로 카드사들의 국내 고수익 자산확대는 제한적이며, 마이데이터 등 신사업 진출에 대해서도 수익 확보까지 시간이 소요돼 국내 영업 수익 하락세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비용 오프라인 채널을 축소하고 온라인 채널을 적극 활용해 고비용 마케팅 관행을 개선하고, 상품 설계를 합리화하는 등 적극적인 비용 최적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 동남아 진출 가속화
카드사의 동남아 시장 진출이 활성화되면서 현지에 적합한 사업모델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베트남·미얀마·캄보디아·인도네시아 등 주요 동남아 시장의 경우,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금융 시스템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나 전자결제시스템의 급속한 발전이 이들 시장의 주요 특징으로 꼽혔다.
캄보디아의 모바일 송금 시장은 지난 2017년 송금액 100억달러를 넘어 캄보디아 국내총생산(GDP)의 50%에 해당할 정도로 성장했으며, 최근 해외 노동자의 모바일 송금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베트남 또한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지난해 온라인 결제 및 카드 사용 금액이 2017년 대비 167% 증가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다른 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할인·포인트 적립 등 제도를 실시해 소비자의 카드 사용을 촉진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몰의 경우 신용카드가 주요한 결제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어 카드사마다 각종 할인을 통해 카드 고객을 늘이려는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카드사의 해외 진출 전 현지시장에 적합한 사업모델을 단계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며 "초기 영업모델은 여신전문금융사의 주력 사업인 할부금융 등 소매금융에 주력하고, 점차 지급결제업과 자산운용업 등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지법인을 신규로 설립하기 보다 합작법인을 진출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며 "이미 신흥국에 진출한 해외 금융기관이 많으므로 현지영업을 통한 사업확장 차원에서 현지 업체와의 협업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