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국내 은행권 해외영업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각 은행들은 현지 지점 개설과 인수를 통한 사업확장은 물론 현지인력을 양성하고 인프라를 개발하는 등 베트남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강화하고 나섰다.
◆시중은행, 현지 사업 확장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베트남 호치민과 하노이에 각각 현지 영업점을 보유한 KB국민은행은 베트남 호치민시 한국국제학교와 함께 경제금융교육을 진행하고, 학생을 대상으로 금융직업 체험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국민은행은 베트남 현지 공부방 조성 및 도서관 건립을 지원해 청소년 교육 및 금융지식 전파를 위한 교육프로그램 운영에 힘쓰고 있다.
신한은행은 1993년 가장 먼저 베트남에 진출한 이후 36개 지점을 운영하며 가장 적극적인 현지 영업을 펼치고 있다. 주로 기업금융 영업을 진행했던 진출 초기와 달리, 베트남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잘로(Zalo),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모모(MoMo)와의 협업을 통해 혁신적인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 리테일 영업도 강화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현지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은 신한퓨처스랩 베트남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의 베트남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베트남에 11호점인 비엔화지점을 개설하면서 베트남 영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베트남 하노이에 핀테크랩 센터인 '디노랩(Digital Innovation Lab) 베트남'을 개설하고, 동남아 진출을 원하는 스타트업에 전문 자문 및 네트워킹 서비스를 지원해 글로벌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최대 국영 상업은행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의 지분 15%를 인수하면서 현지 은행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베트남중앙은행이 외국계은행의 지점 개설을 제한하면서 기존 하나은행의 영업력은 하노이·호치민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영업에 그쳐왔다. 그러나 이번 계약을 통해 하나은행은 BIDV가 보유한 1000개 지점과 사무소, 5800여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하나은행은 이를 통해 멀리 떨어져 있는 지점망의 한계를 채워나갈 계획이다.
◆ 디지털금융 '블루오션' 베트남, 성장잠재력↑
전문가들은 베트남 금융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 향후에도 꾸준한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 인구의 약 75%가 금융접근성이 낮거나 금융서비스를 전혀 이용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24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아 6개국(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의 성인 인구 중 50%는 은행 계좌조차 보유하지 못했으며, 25%는 은행계좌는 있으나 대출·투자·보험 등 금융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연구소는 동남아 국가의 디지털금융 서비스 수익이 현재 110억 달러 수준에서 향후 2025년에는 약 380억~600억 달러 정도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베트남은 동남아 국가 중 디지털금융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할 지역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베트남 현지 금융사들이 자금 부족으로 오프라인 지점을 내지 못하고 있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핀테크 서비스가 현지 금융 수요의 간극을 채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화정 연구원은 "베트남 금융소비자들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금융상품 구매를 선호하면서 온라인 금융서비스 수요가 늘고 있어 이들을 타겟으로 한 핀테크 업체·플랫폼·금융업체 간의 경쟁도 점점 더 치열해 질 것"이라며 "국내 금융사는 베트남의 핀테크 성장 흐름에 주목해 목표 고객군과 유치 전략을 명확히 설정하고, 수익 창출 루트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