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G채권, 금융기관에서 민간기관까지
- 지원사격 있어야…한국거래소 반응은?
ESG채권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몸집을 불려 나가고 있다. ESG채권이 적극적인 투자수요를 끌어내자 금융기관에 이어 민간기업도 연이어 시장에 뛰어드는 분위기다. 이를 지원사격 해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한국거래소 역시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SG는 기업이 환경(Environmental)과 사회(Social) 기여도, 지배구조(Governance)가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근거로 하는 지표다. ESG채권 역시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관련된 용도로만 사용 할 수 있는 특수목적채권이다. 사회적채권, 녹색채권, 지속가능채권 등이 이에 속한다.
◆ 금융기관부터 민간기업까지… 커지는 ESG채권
ESG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뜨겁다. 금리하락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ESG채권의 선전은 더욱 돋보인다. 최근 산업은행이 내놓은 사회적채권과 GS칼텍스가 발행한 녹색채권이 대표적 예다.
산업은행은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4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사회적채권을 지난 21일 발행했다. 사회적채권은 일자리 창출, 주택 공급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정시키는 특수목적채권이다. 사회적채권으로 모은 자금은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다고 판단된 중소·기업에 낮은 금리로 지원해준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중견기업을 지원해 고용 불안정 해소라는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국전력도 국내 에너지 기업 최초로 2000억원 규모의 원화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했다. 지속가능채권은 일자리 창출과 저소득층 지원 등 사회적 가치와 친환경 프로젝트에 투자하는데 한정시키는 특수목적채권이다. 한전은 3년물 1000억 원, 5년물 400억원, 30년물 600억원으로 이번 채권을 구성했다.
ESG채권은 민간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SK에너지는 지난달 50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그린본드)을 발행했다. 그린본드는 환경 개선이나 신재생에너지 사업 투자에 사용 목적이 제한되는 특수목적채권을 뜻한다. GS칼텍스도 29일 13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 발행을 앞두고 있다. 조달된 자금은 환경시설 설비에 투자할 계획이다. ESG채권이 국내 금융시장에 들어온 2016년만 해도 10대 그룹 계열사 중 현대캐피탈이 유일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롯데, LG, 포스코, 한화, SK, GS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연달아 ESG채권으로 자금을 조성하고 있다.
2000억원 규모의 원화 지속가능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한 것을 기념해 24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한전 제공
◆ 제도적 지원사격 있어야… 한국거래소 반응은?
ESG채권 시장 몸집이 불어가자 이를 더욱 활성화 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도 ESG채권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도록 제도적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ESG채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들을 살펴보면 제도적 지원책이 마련돼있다. 유럽연합(EU)은 ESG채권 시장 활성화를 위해 발행·투자·공시의 표준화 작업을 준비 중이다. 일본 공적연기금(GPIF)은 ESG에 무게를 두고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정부도 ESG 인증 수수료를 지원해주고 있다.
거래소는 시장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공공기관의 ESG 인증 제도를 시행 중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평가한 ESG 등급을 사회책임투자지수(SRI) 종목구성에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특별한 방안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지원 거래소장은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기업 가치와 투자이익을 제고할 것"이라며 "ESG 투자를 주식시장뿐 아니라 채권시장에도 확장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사회책임투자 채권 전용 섹션도 신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커지는 ESG채권에 대해서 거래소 역시 전담팀을 꾸리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ESG채권 전담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전용팀 만들겠다는 계획은 아직 없다"고 부인했다. 다만 "사회책임투자 채권을 모아 거래소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것 정도까진 진전됐다. 그 외에 구체적인 사항은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