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3년차, 달라진 병영 문화 직접 겪어보니
-생활관엔 온통 휴대폰 불빛, 공중전화·손편지 사라져
-에어컨에 공기청정기, 드럼세탁기까지
#. 최근 병영문화의 가장 큰 변화는 휴대폰 사용이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 국방부는 지난해 4월 직할 4개 부대를 대상으로 병사들의 휴대폰 사용을 허락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군인복무정책 심의위원회 결과에 따라 휴대폰 사용기준을 결정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해 현재는 훈련병 등을 제외한 모든 병사가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다. 사용 시간은 평일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 휴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보안 취약구역을 제외한 전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다. 촬영과 녹음 기능은 통제된다.
병력동원훈련 첫날이었던 지난 24일. 기자가 입소한 강원도 전방의 모 사단은 옛 부대 시설과 비교해 많은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부모님이나 친구 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던 공중전화 부스는 사라지고 없었다. 한 현역병은 자신이 전입해 왔을 때도 이미 없었다며 공중전화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공중전화가 사라진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을 추측해볼 수 있었다.
달라진 것은 외부 시설뿐만이 아니었다. 생활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병사들의 휴대폰 충전을 위해 마련된 멀티탭이 눈에 띄었다. 생활관에는 신형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이 설치돼 있었다.
과거와 달라진 병영문화는 일과 시간이 끝난 후 저녁이 되자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저녁식사를 함께한 행정병에게 물어보니 이달에 오간 편지는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군대의 편지 문화는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 "정말이냐"고 되묻는 기자에게 그 행정병은 "카톡 하면 되는데 편지를 왜 씁니까"라며 웃음을 지었다.
공중전화와 더불어 병사들의 중요한 사회연결망이었던 사이버지식정보방도 단 한 명도 이용하고 있지 않았다. 체력단련실 역시 사이버지식정보방과 마찬가지로 운동하는 병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생활관에 들어가자 침상에 혼자 누워 흥얼대는 병사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기자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지 못한 듯 보였다. 그의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있었고 시선은 휴대폰 화면에 향하고 있었다. 헛기침을 내자 기자를 힐끔 쳐다보더니 누워서 하던 휴대폰을 계속했다. 본능적으로 그의 계급장부터 확인했다. 일병이었다.
군대 축구 추억을 느껴보고 싶어서였을까. 마음 맞는 예비역 여덟 명을 모아 공을 하나 찾아들고 생활관 순회에 나섰다. 상대 팀 현역병들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그들을 자극하기 위한 조건도 내걸었다. 이긴다면 매점에 데려가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역병들은 쉽사리 '미끼'를 물지 않았다. 거의 모든 병사가 침상에 누워 휴대폰 화면을 쳐다보기 바빴다. 20여분 동안 생활관을 돌았지만 축을 하겠다고 나선 현역병은 고작 2명. 현역군인과 예비역 병장의 친선 축구 경기는 이뤄질 수 없었다.
생소했던 이틀 밤을 보내고 퇴소를 앞둔 지난 26일 16시. 퇴소신고를 앞두고 생활관을 나서며 담당 생활관 조교 두 명을 불러 마지막 인사를 했다.
공교롭게도 그때 생활관에 방송이 울려 퍼졌다. 국방부가 사회적 소통 확대와 병영문화 개선을 위해 일과시간 이후 휴대폰 사용을 허락했다는 내용이었다. 훈련을 마치고 떠나는 예비역들에게 새삼 달라진 병영문화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