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은행과 카드사의 연체율이 일제히 올랐다. 계속되는 경기부진으로 차주의 상환능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KB국민·하나·우리 등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주요 카드사의 연체율이 대부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카드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1.69%에서 올해 1분기 1.96%로 0.27%포인트 증가했고, 우리카드는 지난해 말보다 0.27%포인트 상승한 1.52%를 기록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말 1.4% 에서 올해 1분기 1.5%로 0.1%포인트 상승했고,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의 1분기 연체율은 각각 1.37%, 1.32%로 지난해 말보다 각각 0.07%포인트, 0.12%포인트 늘었다.
이같은 연체율 증가는 시중은행에서도 나타난다.
신한은행·KB국민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의 올해 1분기 연체율을 살펴보면 지난해 말 대비 ▲우리은행 0.33%(+0.02%포인트) ▲신한은행 0.29%(+0.04%포인트) ▲하나은행 0.29%(+0.04%포인트) ▲KB국민은행 0.27%(+0.04%포인트) 등 순으로 올랐다.
신규 연체액 또한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발표한 '2019년 2월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올해 2월 중 신규연체 발생액은 1조7000억원으로 연체채권 정리규모인 5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총 연체채권 잔액은 1조2000억원 증가한 8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전 금융업권의 연체율이 상승하는 데는 국내 경기가 부진한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0년만에 가장 낮은 -0.3%으로 떨어졌다. 특히 중소기업의 생산능력이 약해지면서 기업 차주의 상환능력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연체율 상승이 전체 금융업권에서 동일하게 나타난다면 특정한 업권의 문제라기보다는 전체 경기가 부진한 영향이 크다"며 "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기업의 경영이 원활해야 상환능력도 오를 수 있는데, 국내 경제의 체력이 근본적으로 약해지다 보니 차주의 상환능력도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도 연체율 증가에 대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과거 은행 등 제1금융권에서 대출받을 수 있었던 차주가 대출 규제로 심사가 강화되거나 대출 규모에 제한을 받다보니 제2금융권 등에서 높은 이자를 감당하며 대출을 받게 되고, 이 때문에 상환능력이 떨어진 경우도 있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최근 각 금융사들의 연체율 증가가 아직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시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각 금융사들이 연체율 증가에 대해 만전을 기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 분기 대비 연체율이 0.1% 정도 증가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지금 상황으로 금융권의 부실을 따지는 것은 시기상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