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규약에 발 묶인 편의점들이 사업 다각화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편의점들은 상품 구성을 다양화하고, 각종 편의 서비스를 확대해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나섰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편의점 GS25는 '반값 택배'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기존 편의점 택배에서 최대 65%까지 저렴한 전국 최저가로 운영된다.
GS25는 기존의 물류 배송 인프라를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택배 서비스를 구축함으로써 택배 '반값' 시장을 선점하게 됐다. GS25와 업계 1, 2위를 다투는 편의점 CU도 관련 사업을 검토 중이다.
◆바꾸고 키우고…신사업 '줄줄이'
편의점간 경쟁은 더 이상 출점에만 무게를 두지 않는다. 상품 개발, 신사업 구축 등을 통한 차별화가 핵심이다.
GS25의 '반값 택배'는 자사 인프라를 활용해 기존 사업에 새로운 색깔을 입혔다는 데 주목 할만 하다. 택배 접수부터 배송, 수령 등 전 과정이 GS25의 인프라를 통해 운영된다.
이용 방법 역시 기존 편의점 택배와는 차이가 있다. 화물을 보내는 사람뿐만 아니라 받는 사람도 매장을 방문해야 한다. 접수부터 수령까지는 4일 정도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택배를 받기 어렵거나, 작은 화물을 저렴하게 보내고 싶은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좋은 반응이 예상된다.
'반값 택배' 실시는 가맹점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각각 편의점을 방문하는 만큼 집객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택배는 아직 공식 조사된 바 없으나, 편의점에서 ATM을 이용하는 고객 중 36% 정도가 상품을 구매한다고 나타났다. 이에 따라 매장의 수익도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CU도 '반값 택배'를 검토 중이다. 고객이 매장을 찾아 택배를 픽업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수요 예측이 우선이란 설명이다. CU 관계자는 "현재 비슷한 서비스인 '택배 픽업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아직까지는 비중이 크지 않다. 그래서 당장은 영향이 없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면서 "하지만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값 택배' 이전에도 편의점들은 다양한 사업에 손을 뻗었다. 배달이 대표적이다. CU는 배달앱 요기요와 함께 간편 식품을 집까지 배달하는 서비스를 실시한다. 서비스는 올해 3월부터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작되며, 향후 부산과 대구, 대전, 울산, 광주 등 5대 광역시로 배달 지역이 확대될 예정이다. 타 업체들도 서비스 도입을 검토 중이다. 미니스톱 측은 "올해 테스트 점포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GS25는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최초로 하이패스 단말기를 판매하기 시작한 GS25는 충전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또, 전기차 충전 서비스는 오는 2024년까지 GS25, GS수퍼마켓 매장 500개로 확대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GS25 관계자는 "상품 위주의 차별화 전략도 중요하지만 서비스 상품도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며 "소매점의 기능을 넘어 진정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편의점 먹거리 트렌드로…인기 '쑥쑥'
편의점 업계는 점포당 수익을 높이기 위한 또 다른 전략으로 상품 개발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특히, 1~2인 가구, 여성 사회진출 증가, 고령화 등 달라진 사회 트렌드에 따라 편의점 음식이 주목 받는 시대가 되면서 상품군은 더욱 다양해지는 추세다.
세븐일레븐은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해 '프레쉬 푸드 스토어(Fresh food store)'를 미래 방향으로 삼고, 대중 소비 트렌드에 발맞춘 신상품 및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세븐일레븐은 도시락, 자체 가정간편식 브랜드 '소반'을 핵심 먹거리 전략 상품으로 내세우는 한편, 세븐카페와 고구마 등 즉석식품에 대한 품질 향상 및 운영 체계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자체 브랜드(PB) 상품이 SNS를 기반으로 하나의 트렌드로 떠오르는 일도 흔해졌다. 반대로 SNS 트렌드를 발빠르게 반영한 제품을 선보이는 경우도 늘었다. 최근 떠오른 '뉴트로' 콘셉트 등이 편의점 각사 상품들에 적극 반영된 이유다.
GS25가 지난 2017년 3월 국내 최초로 선보인 벚꽃 음료 '유어스벚꽃스파클링'은 한 달 만에 80만 개 판매량을 기록해 국내 음료 시장에 벚꽃 시즌 상품 붐을 일으켰다. 특히,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해외 SNS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이에 벚꽃 PB 제품 2종이 중국, 대만으로 수출되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김도경 GS리테일 음용식품팀 MD는 "GS25의 벚꽃 시즌 한정 음료가 매년 국내에서의 인기를 더해가며 K푸드 열풍이 부는 대만, 중국 등지에까지 인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다년간 축적 된 꽃 테마의 음료 상품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대표 시즌 음료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판로도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