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이르면 다음달부터 카드 수수료 체계 개편에 대한 후속 실태조사를 실시할 예정인 가운데 조사의 실효성에 대해 업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조사가 3년 주기인 카드사 수수료 재산정 협상때 매번 해오던 의례적인 조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이번 만큼 카드사와 가맹점 간 수수료율 문제가 크게 불거진 예가 없어 금융당국 또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 카드 업계 관계자는 19일 "금융당국의 이번 적정성 점검은 카드사와 대형가맹점이 수수료율을 재산정하는 3년 주기로 해오던 일상적인 점검을 조금 앞당기는 것에 불과하다"며 "애초 카드사와 가맹점이 수수료율을 산정할 때 원가 이하의 적격비용을 산출하지는 않으며 그 나머지인 마진율을 놓고 서로 대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융위가 이를 점검하더라도 대형가맹점에 특별한 제재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간의 협상 과정에서 수수료율의 하한선이 정해진다고 하더라도 가맹 계약 해지는 사업자간 자율이기 때문에 대형가맹점 입장에서는 카드사와의 계약을 해지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카드사와 대형가맹점간의 수수료율 협상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만큼 금융당국의 조사 자체가 대형가맹점에게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간의 수수료 재산정 문제가 크게 불거지면서 금융당국이 전면에 나섰고, 대형가맹점을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대형가맹점에게 큰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위 등 금융당국은 정부 기관이고 정부가 아직 레임덕이 오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조사가 대형가맹점에게 아무런 영향력이 없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한 만큼 이번 조사 과정에서 대형가맹점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를 제시한 근거가 드러나 대표자가 고발을 당한다면 여론이 크게 반응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경영 리스크도 발생할 수 있어 대형가맹점이 섣불리 행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카드사와 유통업계·통신업계 간에 진행될 이번 카드 수수료율 협상은 지난 현대기아차와의 수수료율 협상과는 달리 원만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유통업계와 통신업계의 경우 카드사 프로모션 등 마케팅 비용이 높아 카드 수수료율을 산정할 때 적용되는 적격비용의 구조가 현대기아차와 다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업계의 경우 대체재가 마땅하지 않을 뿐더러 할부금융 등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존재하기 때문에 현대기아차가 가맹점 계약 해지와 같은 초강수를 둘 수 있었으나 대형 마트와 같은 유통업계와 통신업계의 경우 대체재가 다양하거나 카드 사용이 일상적이기 때문에 국민 여론을 감안했을 때 쉽게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단은 수수료율 협상의 과정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들 가맹점 또한 협상을 길게 끌어 좋을 것이 없기 때문에 되도록 신속한 협상을 원할 것"이라며 "이미 이달 1일부터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유통업계에서는 인상된 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있어 원만한 협상을 통해 추후 수수료를 소급 적용 받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