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업계의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관계 고위직을 거친 유력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거나 재선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금융권 등에서 요직을 거친 이들의 전문성과 경험을 통해 기업 경영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7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웰컴·JT친애·유진저축은행 등 주요 저축은행 이사회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 이력을 가진 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의 강임호 사외이사는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금융업에 정통하면서 관련 네트워크 또한 풍부한 금융 전문가라는 평가다.
JT친애저축은행의 이재호 사외이사는 재정경제부 서기관을 거쳐 공공기관인 예금보험공사의 상임이사를 거쳤고, 이어 한화생명 사외이사와 나라신용정보의 대표이사를 역임한 관료 출신이다. 또 이종호 사외이사는 한국은행에서 부국장 등을 역임하며 23년간 재직 후, 금융감독위원회 설립준비단 법령기획팀장을 거쳐 금융감독원에서 은행감독국장 등을 수행한 금융당국 인사다.
이어 유진저축은행의 정희수 사외이사는 지난 2005년 제 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2016년 제 19대 새누리당 국회의원까지 3선을 지낸 정치인으로, 19대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또한 최종덕 사외이사는 기획예산처와 인천공항세관, 경제기획원을 거친 공무원 출신이다.
KB저축은행의 윤승용 사외이사는 국방홍보원장을 역임한 이력이 눈에 띈다. 이후 노무현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활동하며 금융업권에 대한 식견과 이해도를 쌓아 내부에서 회사의 내부 통제와 윤리·건전경영에 대한 독립적이고 공정한 경영활동 견제와 감시를 수행하기에 최적이라는 판단을 받고 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한복환 사외이사는 금융감독원 검사국 팀장을 거쳐 신용회복위원회 사무국장, 한국은행 금융안정업부 지원 파견 활동 등을 수행하며 금융 당국에서 20년 이상 종사한 인물이다. 금융 회사를 감독함에 있어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 등 높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관료 출신 사외이사들이 가진 금융권 네트워크와 경륜 등이 금융사의 경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관료 출신 인물은 금융 정책 등에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갖췄기 때문에 경영상의 조언과 지식을 제공할 수 있고, 회사의 경영진에 속하지 않아 기업의 이해관계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으며 경영을 견제할 유인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은행이나 금감원 등 유력 기관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전관예우 논란과 더불어 금융당국의 견제에 대한 방패막이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오래전부터 금융사들은 관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임명해 기업 입장에서 당국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창구로 활용해 왔다는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관료 출신 사외이사라고 해서 단순히 전관예우의 차원으로 인식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관료 출신 사외이사는 민간 전문가와는 다르게 금융당국의 금융 정책이나 관료계와 관련한 깊은 식견과 이해가 있기 때문에 사외이사로서 회사의 경영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