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문화가 시중은행을 넘어 저축은행 등 제 2금융권까지 확산되고 있다. 다른 업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 이미지가 강했던 금융사 또한 일과 가정의 양립이 중요한 가치로 자리잡고 있는 것.
6일 금융권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매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지정했다. 이날은 야근이나 회식 없이 무조건 '칼퇴'를 하는 날이다. 일주일 중 하루 정도는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제도의 취지다. 또한 모든 직원은 연차와 같은 휴가를 쓸 때 사유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며, 언제든 남은 휴가를 쓸 수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근무시간제 조정의 일환으로 'PC오프제'의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직원들의 퇴근 시간인 6시가 되면 업무용 PC 모니터에 '10분 뒤 PC가 꺼질 예정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뜬다. 근무 시간 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제도다.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내부적으로 검토가 진행되고 있으며, 차후 각 부서에 걸쳐 점진적으로 도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늦은 밤까지 이어지던 회식 문화도 점차 바뀌고 있다.
SBI 저축은행은 각 부서별로 점심 회식을 대폭 늘렸다. 회사에서 업무가 끝난 뒤에는 직원들이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한 것. 특히나 3년 전부터는 저녁 회식 자리에 '119법칙'을 도입했다. '1차로 한 자리에서 9시까지 회식을 끝낸다'는 것이 법칙의 골자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직원을 중시하는 근무 환경과 제도가 잘 자리잡혀 있기 때문에 공채로 입사한 직원들 중에서는 한 명도 회사를 퇴사한 직원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보수적인 분위기상 활용되지 못했던 육아휴직 제도가 저축은행 업계 내에서 안정적으로 정착된 점도 눈길을 끈다.
웰컴저축은행은 남·여 직원에 상관없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신청할 수 있다. 특히 휴직 기간을 개월별로 나눠 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은 장점이다.
JT친애저축은행은 창사 이래 6년 동안 누적된 육아휴직 신청자가 전체 사원수 600여명 중 105명으로 17%에 달한다. 그 중 남성 육아휴직자는 25명, 여성 육아휴직자는 80명으로 각각 23%, 77% 정도다. JT친애저축은행 관계자는 "외국계 금융회사여서 육아휴직를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크고, 타 금융사보다도 그런 면에서 포용적인 부분이 강하다"고 했다.
또한 자녀의 나이가 어리지 않아도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가정 내 사유로 사정을 참작할 수 있을 경우, 직원들은 자녀의 나이에 상관 없이 육아휴직을 받을 수 있다. 휴직 후 회사에 복직하더라도 회사에서 부담을 주지 않아 업무 적응도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업무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직원 개개인의 행복도와 업무 능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점차 강해져서 제2금융권 또한 워라밸 문화가 확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