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스톱 매각 중단…GS25·CU '2강' 구도 유지
이온·롯데그룹 매각가 이견…자체운영 전망
업계 내실 다지기 초점…계약만료 점포 '눈독'
편의점 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한국미니스톱 매각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GS25와 CU의 업계 '2강' 구도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 순위를 고속 재편할 수 있었던 미니스톱 인수전이 백지화된 만큼 업계의 판도 변화가 점쳐진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미니스톱을 운영하는 일본 이온(AEON)그룹이 한국미니스톱 매각 계획을 돌연 철회했다. 이온그룹은 한국미니스톱 지분 76.06%를 보유한 대주주다.
한국미니스톱의 유력 인수자로 떠올랐던 롯데그룹은 2500여개 미니스톱 점포를 품에 안지 못하게 되면서 업계 '3강' 재편의 꿈을 당분간 미루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온과 롯데가 매각가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매각이 백지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근접출점 제한 자율규약 등에 따라 국내 경영 상황이 급변하면서 이온 측이 미니스톱의 가치를 더 높게 판단했기 때문이란 의견도 나온다.
미니스톱이 매각 대신 자체운영으로 방향을 틀면서 당분간 2강(GS25·CU), 1중(세븐일레븐), 2약(이마트24, 미니스톱) 체제는 유지될 전망이다. 근접출점 제한이란 공통 과제가 주어진 만큼, 계약 만료 점포를 유치하기 위한 업체간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계륵' 품기 실패…안도 분위기도
미니스톱 측은 매각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29일 오전 중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사실상 공식화된 분위기다. 심관섭 한국미니스톱 대표는 28일 오전 9시에 진행된 월례 화상회의에서 임직원들에게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국내 파트너사를 찾아왔지만 조건이 성립되지 않았다"며 향후 파트너사를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니스톱 인수는 업계 순위를 뒤바꿀 마지막 방안으로 꼽혔다. 근접출점 제한 자율규약이 시행되면서 미니스톱 인수가 점포 확장을 위한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다.
인수전에 뛰어든 그룹은 롯데와 신세계그룹, 사모펀드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였다. 이 가운데 롯데가 4000억원대 금액을 입찰가로 제시하면서 3500억원을 제시한 신세계그룹과 4000억원대 이하 금액을 제안한 사모펀드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와의 격차를 넓혔다.
롯데가 업계 예상을 뛰어넘는 금액을 제시하면서 한국미니스톱의 차기 주인으로 자리잡는 듯 했으나, 지난해 11월 시작된 일정은 새해가 되도록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미니스톱이 매각 중단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자율규약과 최저임금 이슈 등으로 출점이 어려워진 환경에서 일본 내 유통업계 상황까지 맞물리면서 이번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니스톱의 이번 결정으로 롯데와 신세계가 한숨 돌릴 것이란 의견도 흘러나온다. 업계에서는 미니스톱 인수를 두고 해도, 안 해도 골머리인 '계륵'으로 보고 있기 때문.
편의점 가맹점은 통상 5년 단위로 재계약을 한다. 만약 점주들이 타 브랜드로 전환할 경우, 거액을 들이고도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2500개 점포를 모두 끌어안을 수 없다는 결론도 나온다.
인수 후에도 해결 과제는 산적해있다. 기존 미니스톱 점포를 자사 브랜드로 전환하는 것이 어려운 데다, 기존 점포와의 근접출점 문제마저 발생할 수 있다. 롯데가 제시한 4000억원대 입찰액이 너무 높다고 평가되는 이유다.
◆계약 만료 점포 '눈독'…내실 다져야
지난해 말 기준, GS25와 CU의 점포수는 1만3100여개 정도다. 세븐일레븐은 9555개, 이마트24는 3750개로 훨씬 적은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을 인수했다면 '3강' 구도도 바라볼 수 있었다.
미니스톱 매각 중단으로 업계는 한동안 내실다지기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성장의 한 축이었던 점포 확장이 근접출점 자율규약으로 힘들어진 상황에서 내실화에 공들이겠단 입장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점포수 확장을 통한 성장에 제약이 있는 만큼 올해는 서비스, 플랫폼을 강화해 내적 성장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카페 매장이나 ATM 등의 생활편의 서비스 기반이 잘 구축돼 있는 만큼, 향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점포수를 늘리기 힘든 상황에서 계약 만료 점포를 겨냥한 브랜드 전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빅딜'을 통한 다점포 경쟁도 중요하지만, 업계가 자율규약까지 발표한 만큼 앞으로는 개별점간 수익성 위주의 출점 전략을 더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