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시름하는 패션업계에 '키즈시장'이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성인용 롱패딩은 올해 씁쓸한 기록을 쓰고 있지만, 아동용 패딩은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겨울에는 아동용 제품이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패션 시장의 성장세를 이끌었다. 특히, 아동용 롱패딩이 '완판' 행진을 이어가면서, 각 업체들은 제품을 업그레이드해 내놓는 등 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의 지난해 키즈 롱 다운자켓 판매량은 전년 동기와 대비해 300% 이상 상승했다. 재작년 베스트셀러였던 '비들 키즈 롱 다운자켓'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출시하는 한편, '스테롤 구스 키즈', '베블키즈 다운자켓'의 디자인과 색상을 다양화한 결과다.
또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 머렐과 스포츠 브랜드 르까프도 '완판' 행렬에 합류했다.
머렐은 올 시즌, 머렐 벤치다운 키즈 라인을 새롭게 론칭하면서 지난해 12월까지 총 5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르까프는 히엠 롱다운 키즈 라인으로 여름 선판매 당시, 한 달만에 판매 물량을 완판시킨 데 이어, 2차 후속 물량까지 모두 팔아치웠다.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도 예외는 아니다. '키즈 레스터', '키즈 밀포드' 등 다양한 키즈 롱패딩을 선보이며 시장 확대에 나선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올 시즌 키즈 아우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5% 증가했다.
반면, 성인 롱패딩 판매율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롱패딩 광풍'에 힘입어 올해는 물량을 더욱 늘렸으나, 예상보다 따뜻한 기온에 얼어붙은 소비 심리로 롱패딩의 인기는 시들해진 분위기다.
실제, 지난 시즌에만 롱패딩 30만장을 판매한 디스커버리의 경우, 올 겨울을 앞두고 롱패딩 60만 장을 생산했다. 1년 만에 생산량을 2배로 늘린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롱패딩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대부분의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물량을 많게는 2배 이상 늘렸다"며 "그러나 판매율이 예상보다 저조해 재고 처리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숏패딩 등으로 반등을 노리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업계의 '키즈시장' 투자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롱패딩' 사례처럼, 같은 고가의 제품이라도 아동용은 팔리기 때문이다.
또 다른 패션업계 관계자는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부모들이 아이에게 투자하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 아이들이 매년 성장하고, 트렌드에도 민감해지는 만큼 고가의 제품도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이라며 "업계도 키즈 시장 확대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