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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정책 선언 1년, 아세안 9개국을 가다/中] 일대일로와 후쿠다독트린

[b]#1.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의 왓타이국제공항 입국장 정문에서 눈에 띄는 것 중의 하나가 스텐레스판에 일본과 라오스 국기를 나란히 새긴 3개의 기념입석이다.

일본이 개발원조자금으로 2012년과 올해 9월 두차례 비엔티안 국제공항 확장공사를 완성한 사실과 2015년 일본의 원조로 공항에 태양열 발전시스템을 설치했다는 내용을 각각 담은 기념물이다.

공항 차도에 줄지어선 도요타, 혼다 차량과 함께 라오스 경제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짐작케 하는 상징물이다.

#2. 비엔티안 시내 정부청사 인근 대로변에서 유독 눈에 띄는 광고물이 가로등에 내걸린 중국 ICT그룹 화웨이의 이미지 광고.

상업용의 간판이나 설치물이 많지 않은 수도 중심가에서 길옆 100미터 정도의 간격으로 이어진 화웨이의 선전물은 이곳이 중국 변경도시란 느낌을 줄 정도이다.

중국 국영기업인 화웨이는 라오스내 무선통신 장비시장의 80% 이상을 석권하고 있다고 현지 통역은 설명한다. 10여년 전부터 무상원조 방식으로 진행해온 결과이며 라오스 정부의 계획대로 5G를 도입하면 화웨이 기술이 채택될 것이란 전망이다.[/b]

[b]◆일본의 치밀한 아세안 전략[/b]

▲ 라오스-일본 2015년 공적개발원조 기념비



"동남아 내륙국 라오스의 남부, 태국 국경에 인접한 사반나켓주의 사반-세노 경제특구는 투자기업의 법인세와 수익세를 최대 16년동안 면제하는 파격적 조건을 내걸고 있다.

2013년 니콘의 태국법인이 최초로 카메라 부품공장을 설립해 진출했고 이후 도요타방직 등 일본의 중간재, 반제품 기업들이 속속 진출했다. 면세 혜택과 임금, 지대 등 저렴한 생산비용을 우선 겨냥한 포석이다."

코트라 비엔티안 무역관 박창은 관장은 "일본의 아세안 전략이 발빠르고 치밀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이같은 역내 생산 네트워크(RPN) 구축 행보를 들었다. 아세안의 무관세화 및 비관세 장벽 축소 추세 속에서 일본은 부품, 중간재 등의 교역 기회 확대와 함께 기업 이동의 이익까지 한발 앞서 챙기고 있다.

라오스는 인구 650여만명에 2017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457달러로 국제연합(UN) 지정 최빈국 졸업을 주요 현안으로 갖고 있는 나라이다. 우리 국민에겐 지난 7월 국내 한 기업이 건설 중이던 댐의 붕괴사고가 터져 잠깐 주목받았을 뿐이다.

일본은 1980년대 이후 라오스의 인프라부터 교육, 의료, 농업 등 각 분야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라오스로 유입되는 전세계 공적개발원조(ODA)자금의 약 25%가 '재팬머니'일 정도로 독보적 1위 원조국이다.

일본이 ODA 혹은 차관, 민관합작투자(PPP) 사업까지 막대한 자금을 라오스에 투여하며 공을 들이는 것이 단순한 인도적 차원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일본은 '리틀재팬'으로 불리는 태국에 연계해 라오스를 '태국+1'이란 개념 아래 접근하고 있다.

일본의 대 아세안 전략은 1977년의 '후쿠다 독트린'에서 사실상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만난 주아세안대표부 박근오 상무관은 "1970년대 중반 급증하는 무역 역조에 아세안 전역에서 반일감정이 격화돼 반일시위까지 발생했고 이에 일본은 아세안과의 동반자관계를 선언하는 '후쿠다 독트린'을 냈다"며 "이후 무역수지를 ±1% 선에서 관리하는 대신 자동차 등의 전략산업에서 현지 써플라이 체인을 구축하며 역내시장 장악의 기틀을 세웠다"고 소개했다.

실례로 인도네시아에서 일본차의 시장점유율은 98%에 달해 일본 내수시장에서의 국산차 판매비중보다 높다.

[b]◆남진정책 밀어 붙이는 중국[/b]

▲ 중국 화웨이 로고를 볼 수 있는 라오스 시내



라오스의 제1투자국은 일본이나 인접한 태국, 베트남이 아닌 중국이다. 외국인직접투자(FDI)금액만 1989년 이후 83억달러로 전체의 39%를 차지한다. 중국은 신도시개발, 수력발전소, 광산 등 라오스 정부가 보증하는 대형 인프라 건설 위주로 현지에 파고들고 있다.

중국의 최대 관심사는 자국의 21세기 실크로드 건설사업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견인차인 고속철 도부설이다. 남부 윈난성 국경인 보텐에서 라오스 비엔티안간을 잇는 420km 거리의 고속철도는 2016년 착공해 현재 35% 공정중이며 2023년 완공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상은 관장은 "중국은 중국-라오스 고속철을 윈남성 성도 쿤밍에서 태국 방콕을 거쳐 말레이시아, 싱가포르까지 연결해 일대일로 사업의 중심축으로 삼을 계획"이라며 그 관문이 라오스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미얀마에서도 대규모 개발사업을 진행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경제수도 양곤~중부거점도시 만달레이간 고속도로 사업을 완공한데 이어 지난 9월에는 3년째 중단됐던 양곤 북서쪽 벵갈만의 차욱퓨 항 개발프로젝트를 재개하기로 미얀마 정부와 합의했다.

차욱퓨항 개발은 중국 윈난성 쿤밍과 미얀마 주요 도시를 잇는 경제회랑 개발계획과 맞물려 있다. 양국은 국경에서 만달레이간 철도건설도 재추진할 예정이다.

중국은 또 광시성 난닝~베트남 하노이간 고속철사업을 타진중이고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와 제3의 도시 반둥을 잇는 고속철 사업은 이미 진행중이다.

중국의 전방위적인 남진기세에 일본은 베트남~캄보디아~태국~미얀마를 연결하는 동서횡단 철도와 태국내 창마이~방콕~맵타풋 철도건설을 추진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아울러 베트남 남북철도 고속화사업 수주에도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대 아세안 외교전도 치열하게 진행중이다. 일본은 지난 10월 9일 도쿄에서 '일본-메콩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이 자리에서 메콩강 유역 5개국의 도로·철도 등 인프라 건설과 농·식품업 중심 인재 육성사업 등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당시 미얀마 현지에서는 아베 총리가 '포스트 베트남'으로 불리는 미얀마에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인터넷에 나돌았다. 로힝야족 인권탄압 문제로 최근 국제사회가 미얀마에 경제제재를 준비하고 있지만 일본은 이전보다 더 강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앞서 중국은 올해 1월 캄보디아에서 제2회 란창(瀾滄)-메콩강 협력회의(LMC)를 열고 메콩강 유역 국가들과의 협력 사업에 70억위안(1조1491억원)의 양허성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곤에서 만난 한 대기업 법인장은 "일본이 미얀마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 여론은 뒤로 한 채 물량공세를 하고 있다"며 "아세안의 신성장동력으로 부상중인 미얀마에서 베트남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일본의 행보를 보면 부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b]◆中·日 공세에 반감도...한국 공간은[/b]

그러나 중·일 양국의 경쟁적 선심 공세에도 아세안 국가들은 오히려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태국의 경우 '리틀 재팬'으로 불리며 일본 기업에 특히 많은 문을 열어줬지만 로컬산업 발전이 부진하면서 중진국 함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태국은 제조업 기반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기술유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자동차, 전자, 섬유,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 슈퍼클러스트를 키우는 한편 말레이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국경에 6개의 경제특구를 건설해 제조업 육성에 나섰다.

중국 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좀더 심각했다.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만난 산업부 탄 조 흐타이 중공업 2국장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전선, 태양광 패널 등 주요 국영기업에 중국업체가 다수 투자했으나 납득못할 이유를 대며 일방적으로 철수해버려 관련 산업의 타격이 상당하다"며 "중국 기업의 공격적 투자는 대개 저가 입찰이 많았고 부정적 결과로 이어진 사례가 적잖다"고 말했다.

고속철 등 대형 인프라 사업에 대한 현지인들의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중국이 차관 등을 제공해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실제로 건설장비, 자재는 물론 수만명의 건설인력까지 모두 중국에서 공급받는데다 경제성도 불투명해 부채만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례로 라오스에서는 10여년전 아세안게임 경기장 건설에 8000만달러(약 905억원)의 중국 차관을 썼다가 상환하지 못해 300헥타르(약 90만평)의 토지를 양허한 아픈 경험이 있다. 대형 인프라사업 과정의 이익은 중국이 독식하는데 가난한 투자 유치국이 이후 경제성을 맞추지 못하면 막대한 빚더미에 앉고 결국 경제종속만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중·일 각축전 속에서 한국이 효율적으로 아세안을 '포스트차이나' 지역으로 삼기 위해서는 이같은 중국, 일본의 선례를 잘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태국 방콕 전춘우 코트라 무역관장은 "일본이 동남아의 제조업을 장악하면서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개도국들은 자체 제조업 육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아세안 4.0 추세와 역내 경제통합 및 연계성 확대 노력은 한국 기업에게 새로운 협력과 진출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동남아에서 글로벌 밸류체인(GVC)과 역내 생산 네트워크(RPN)를 운영하고 있듯이 우리나라도 동남아 전체를 아루르는 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춘우 관장은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완성차와 부품 생산 및 공급체계를 태국, 필리핀, 인니, 말레이시아에 걸쳐 운영한다"며 "태국 소재 한 일본기업은 베트남, 캄보디아에서 생산해 태국에서 조립하고 미얀마 다웨이 항구를 통해 수출하는 구상을 추진중"이라고 소개했다.

홍선 베트남 코참 부회장은 "베트남에서는 미중무역전쟁 여파로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이 무너지면서 중국의 덤핑물량이 동남아로 쏟아지고 있어 이를 막을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신뢰도가 높은 한국이 대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기서는 기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상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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