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H.O.T. 댄서 출신' 진이형 "마흔 살에 트로트 데뷔, 발로 뛰었죠"
H.O.T.·터보 등 90년대 인기그룹 댄서 활동
아이돌→트로트 그룹 이어 트로트 솔로 재데뷔
오디션·연습생활 거치며 40살에 꿈 이뤄
꿈을 이루는 데 걸리는 시간은 가늠할 수 없다. 누군가에겐 짧고, 누군가에겐 긴 시간일 테지만 목표를 완주했을 때의 벅참, 그 하나로 모든 지리멸렬한 기억들은 해소되곤 한다. 마흔 살. 진이형은 10년이란 오랜 시간 끝에 트로트 가수로 인생 제2막을 열었다.
지난달 트로트 솔로 데뷔앨범 '땡겨(사랑의 방아쇠)'를 발매한 진이형은 데뷔와 함께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다. 각종 행사는 물론, 인터뷰 등으로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내던 그와 메트로신문이 만났다.
진이형은 "행사도 하고, 무대 연습도 하면서 바쁘게 지내고 있다. 조만간 트로트 메들리 앨범도 하나 나올 예정이고 '핫'한 영상도 공개된다"고 말했다.
진이형이 말한 '핫'한 영상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쥬스TV의 '세로 라이브'다. 24일 공개된 이 영상에서 진이형은 트로트 가수답게 화려한 스팽글 의상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활기찬 멜로디, 중독성 강한 '땡겨'라는 가사를 맛깔나게 소화해내는 모습이 천생 가수다.
진이형의 데뷔는 지난 1999년. 가수 윤건이 이끌던 아이돌 그룹 '팀(TEAM)' 출신으로 데뷔했고, 그 이전에는 그룹 H.O.T.와 터보, 룰라, 디바 등의 댄서로 활약했다.
서른 살에는 '트로트 나이트킹'이라는 4인조 트로트 그룹에서 활동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트로트 '솔로'로 재데뷔에 성공했다.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 다른 직업을 찾을 수도 있었지만 결과는 늘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진이형은 "드라마 출연도 하고, 광고도 꽤 찍었다. MC도 봤었고 연극, 뮤지컬 무대에도 올랐지만 제 길이 아닌 것 같았다"고 말했다.
"무대에 서고 싶었어요.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도 좋았지만 짜여진 틀 안에서 무언가를 표현해내야 한다는 게 제 성향과는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래서 다시 가수를 꿈꾸게 됐어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던가. 진이형은 과거의 기억에 머무르기 보다, 직접 발로 뛰어 꿈을 쟁취했다.
그는 "솔로 가수를 준비하고 싶었는데 현 소속사인 GH엔터테인먼트에서 오디션이 있다고 해서 보게 됐다. 2년 정도 연습 기간을 거치면서 정통 트로트 아닌 세미 트로트로 가닥을 잡고 본격적인 데뷔 준비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트로트였을까. 진이형은 "어릴 때부터 '트로트 필(Feel)'이 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분위기를 띄우는 것에도 일가견이 있어서 친구들이 놀 때면 저를 꼭 부르곤 했다"고 설명했다. 무대를 제 집처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이유다.
진이형의 타깃층은 적게는 30대부터, 많게는 70대 이상까지다. "트렌디한 의상과 음악으로 뒤쳐지지 않는 트로트를 하는 게 바로 저"라던 그는 "트로트의 다양한 장르를 자유자재로 소화할 수 있는 가수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땡겨'는 트로트 가수 진이형의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주는 곡이다. 밝고 경쾌한 록디스코 풍인 이 곡은 현란하고 펑키한 기타, 브라스 연주, 멜로디로 귀를 사로잡는다.
진이형은 "'땡겨'는 MR만 들어보면 트로트 느낌이 아니다. 댄스, 디스코풍이어서 창법을 바꿔 부르면 댄스 가요가 되는 곡"이라며 "EDM 버전도 있다. 버전을 다양하게 해서 세대를 불문하고 즐길 수 있는 곡으로 선보이고 있다"고 자신했다.
90년대 유명 그룹의 댄서였던 만큼 안무에도 일가견이 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직접 '땡겨'의 포인트 안무를 가볍게 선보이며 "따라하기 정말 쉬운 동작이다. 제가 직접 만들기도 하지만, 다른 분들의 의견도 많이 듣고 완성한 안무"라고 말했다.
따라하기 쉬운 안무, 중독성 강한 '땡겨'라는 가사까지 준비해둔 덕분일까. 진이형은 늦깎이 데뷔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성공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는 "행사에 가면 처음 춤 출 때 탄성이 한 번 터지고, 두 번째 '땡겨'가 나올 때부터 따라부르신다. 지인 중에 한 명은 제게 '4살짜리 딸이 네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춘다'고 하더라. 이런 게 바로 제 기쁨이다"며 미소를 보였다.
지방 행사가 물 밀듯 들어오는 상황에도 거침 없다. 각 지방에 갈 때마다 사전 조사는 필수다. 그만큼 행사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다시 공연하고 싶은 곳으로 제주와 충남 서산이다. 그는 "충남 서산은 제 본적이다. 애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제주는 정말 살고 싶을 정도다. 제주도 명물 소주를 색깔별로 먹는 방법부터 현지인만 아는 맛집까지 꿰고 있다. 그만큼 애정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 했던가. 참 오래 돌아왔지만, 그 시간 만큼 열정도 아이디어도 넘쳐난다. 그래서 진이형이 트로트 가수로서 연 인생 제2막은 바로 지금부터다.
"제 본명이 박성진이에요. '진이형'은 본명의 끝자를 딴 이름이죠. 이름처럼 정겹고 친근한 가수가 되는 게 제 목표에요. 어떤 무대든 제대로 '땡겨'드릴게요.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