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모바일 업체 '비보', 송중기와 계약 6개월만에 모델 교체
'한한령' 현지 보도 이후 국내 엔터·화장품 주가 급락
중국이 한류 흐름을 본격적으로 제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체 없이 떠돌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이 표면화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현지 연예매체들은 최근 '한한령 전면 업그레이드'라는 제목으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조치에 대해 일제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 등의 중국 내 송출이 전면 금지될뿐 아니라,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내 활동까지 제한된다.
이 밖에도 한국 단체의 중국 내 연출 금지, 한국 드라마·예능 협력 프로젝트 체결 금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지난 7월, 한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풀이된다.
이렇듯 '한한령'이 한층 강화됨에 따라 중국 내 관련 업계들도 눈에 띄게 몸을 사리고 있다. 한국 연예인의 촬영분을 폐기하고 중국 연예인으로 대체해 재촬영을 하거나, 이미 계약된 건도 파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 한류스타 송중기가 그 예다. 중국 모바일 업체 '비보(VIVO)'는 지난 5월 송중기와 계약을 체결했지만,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중국 배우 펑위옌으로 모델을 교체했다.
뿐만 아니다. 지난 10월부터 중국 공연을 승인 받은 한국 스타들은 단 한명도 없다.
배우 박보검의 경우도 해당된다. 박보검은 지난달 서울·도쿄 등을 포함한 8개 지역 아시아 투어를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중국 내륙 및 기타 지역에서도 추가 진행할 것을 예고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현재까지 중국 내 투어 도시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 포스터/(주)그룹에이트
방송 콘텐츠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한령' 전에 촬영을 허가 받았던 작품들도 송출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편성상의 불이익도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분위기가 잦아들 기미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호남, 저장, 동방, 장쑤 등 중국 4대 방송사가 발표한 2017년 드라마 편성표에는 한국과 관련된 드라마가 단 한 편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 흐름대로라면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 등에서도 한국 관련 작품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한한령'의 여파로 문화 산업 및 화장품 등 주가도 직격타를 맞았다. 현지 매체의 '한한령' 보도 이후인 지난 21일 SM엔터테인먼트는 8.16% 급락하며 신저가를 기록했다. YG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 역시 약세를 면치 못했다. 또 CJ E&M은 6%대 낙폭을 보였다. 이 밖에도 쇼박스, 초록뱀, CJ CGV 등도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이렇듯 한류 사업 전반이 불안정해지자 정부는 뒤늦게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한한령' 사태와 관련해 "정부는 중국 정부 당국자가 이른바 '한류 금지령'은 들어본 바 없다고 공식 부인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문화 등 인문 분야 교류 협력은 양국 국민 간 상호 우호와 이해 증진에 기여하는 한중 관계의 기초로서 어떠한 외생적 상황에서도 굳건히 지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뚜렷한 대응책은 없다. 조 대변인은 "정확한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동향을 주시하겠다"면서 "중국 정부가 관여한 것인지 민간 차원에서 이뤄진 것인지를 파악한 뒤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사드 배치가 한중 문화교류에 악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중국 측에 강조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한한령'의 여파로 한류문화사업이 크게 휘청이고 있다. 이 가운데 현재로써는 민간 차원에서의 해결책은 전무하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따라서 정부의 조속한 대응책 마련을 통해, 점차 악화되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