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23.넵스)과 장종학 캐디가 퍼팅 라인을 살피고 있다.
여자골프 사상 최대 규모에 캐디 수입·인기 상승
수입 불안정, 고용 안정성 떨어진다는 지적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가 올해 총 상금 210억 원을 걸고 33개 경기를 열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상금 10억 원을 넘긴 선수가 2명이나 나왔고, 9명이 상금 수입 5억 원을 넘겼다. 1억 원을 넘게 번 선수 또한 57명이다.이런 사상 최고 호황 덕에 선수를 보좌한 캐디들의 수입도 높아졌다.
먼저, 13억 원이 넘는 상금을 번 박성현(23)의 캐디 장종학 씨는 사상 두 번째로 억대 수입을 올렸다. 장 씨는 작년 하나은행 챔피언십부터 박성현과 인연을 맺어 이번 시즌 내내 호흡을 맞췄다.
7승을 올린 박성현은 우승 상금만 9억 원을 넘겼다. 우승 보너스를 상금의 10%를 받았다면 장 씨는 우승 보너스로 1억원에 육박하는 거액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캐디로는 처음 수입 1억 원을 돌파한 이는 2014년 김효주의 백을 멨던 서정우 씨. 장 씨는 서 씨 수입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관측된다.
프로 선수 캐디 급료는 대회당 130만 원에서 150만 원 선. 약 30차례 대회를 치른 선수의 백을 시즌 내내 멨다면 4000만 원이 넘는다. 뿐만 아니라 선수 성적에 따라 받는 보너스가 실제 수입에 영향을 미친다. 보너스는 우승하면 우승 상금의 10%, 10위 이내면 5% 이내를 받는 게 통상적이다.
때문에 장 씨처럼 보너스만 1억 원에 육박하는 수입을 올리지는 못했어도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선수 백을 시즌 내내 멘 전문 캐디들은 대부분 수천만 원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급'만 4천만 원이 넘고 성적에 따른 보너스도 적지 않기 때문.
이런 적지 않은 수입에 투어 프로 선수 전문 캐디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투어 프로 전문 캐디가 인기 직업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현재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는 투어 프로 선수 캐디를 전업으로 삼는 전문 캐디가 50여 명에 이른다.프로 지망생이나 레슨 프로로 활동하다 전문 캐디로 나선 이들도 많다. 뿐만 아니라 실력이 있다고 소문 난 캐디에게는 선수들의 러브콜이 이어진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동하던 캐디도 한국여자프로골프로 속속 유입되고 있다. 올해 상금랭킹 2위에 오른 고진영(21)의 전속 캐디 딘 허든(호주)은 지난해까지 LPGA투어에서 전문 캐디로 몸 담았다. 그는 LPGA투어에서 신지애(28)를 비롯한 한국 선수 백을 주로 멨던 인연으로 한국까지 진출했다.
이번 시즌 내내 고진영의 백을 멘 허든은 대회당 1천 달러의 기본급에다 컷을 통과하면 상금의 7%를 인센티브로 받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계약한 덕에 1억원 이상 수입을 올렸다. 김지현(23)의 캐디 잭 오스틴(미국)도 LPGA투어에서 캐디로 일하다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로 일터를 옮긴 사례에 해당한다.
그러나 투어 전문 캐디가 직업으로 정착하기에는 아직 여건이 충분치 않다. 선수의 성적에 따라 수입이 크게 좌우되고, 고용 안정성 또한 떨어지기 때문. 하지만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의 인기와 규모가 커질 수록 전문 캐디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