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의 정책만 믿고 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이번 결정에 따라 결과적으로 시간만 허비하게 됐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사업이 정부가 '세대 간 내력벽 철거' 재검토를 결정함에 따라 좌초위기에 몰렸다. 이에 업계와 조합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는 2015년 말 기준 35개, 1만7703가구에 이른다. 이 중 수직증축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17개 단지 1만2285가구다. 서울에서는 9개 단지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경기도는 1기 신도시에 집중돼 있다.
경기 성남 분당의 경우 ▲정자동 한솔주공5단지(1156가구) ▲야탑동 매화 1단지(562가구)와 리모델링 시범 단지인 ▲정자동 느티마을 3단지(770가구) ▲정자동 느티마을4단지(1006가구) 등이 지난해 6~12월 수직증축 안전진단을 통과한 뒤 건축심의를 기다리고 있었다.
리모델링은 보통 내력벽에 문을 달아 세대를 통합해 가구당 베이와 면적을 늘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내력벽철거가 불가능하면 앞뒤로 수평증축은 가능하나 집이 긴 터널처럼 돼 주거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 조합측의 주장이다.
김명수 분당 느티마을 3단지 리모델링주택조합 조합장은 "그동안 리모델링을 추진해온 소형평형 아파트들은 앞길이 꽉 막혀버렸다"라며 "1기 신도시의 낡은 소형 아파트들은 재건축하려 해도 사업성이 떨어져 주거환경을 개선할 방법은 리모델링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내력벽을 철거하면서 조정하고 강화해 오히려 건물의 안전등급을 더 높이는 작업"이라며 "안전을 위협해 재검토한다는 이번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결정으로 집값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업이 보류되거나 중단되면 상승률이 한풀 꺾일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들은 2013년 허용계획이 발표되기 전에는 주변 시세와 비슷한 가격 흐름을 보였다. 이후 2013년 하반기부터 리모델링 수직증축에 대한 기대감으로 2014년에는 6.18%, 2015년에는 8.19%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같은 시기 수도권 평균은 2014년 2.21%, 2015년 4.36%인 점에 비춰보면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은 평균시세 대비 2~3배나 매매가격이 높아졌다. 안양시 '목련 2단지'의 경우 2250만~6000만원 매매가격이 뛴 것으로 나타났다.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내력벽 철거는 리모델링의 필수 조건으로 보류되면 사업 중단은 불가피해져 집값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라며 "계약을 앞두고 있었던 수요자들에게 관련 문의가 많이 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에 일부에서는 '내력벽 철거'가 지난 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표심잡기용 대책이 아니었냐는 지적도 있다. 국토부는 지난 1월 세대 간 내력벽 일부 철거를 허용하는 내용의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후 7개월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국토부는 안전성을 추가로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014년 4월부터 허용된 수직증축 리모델링도 아직 시행한 단지가 없어 안전성 등이 실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직증축 시 내력벽 철거까지 추가로 허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라며 "실험 등을 통해 정밀검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쪽은 이미 내력벽 철거를 예상하고 사업을 추진해 온 조합과 리모델링업계다. 경기도의 한 리모델링단지 주택조합 관계자는 "정부의 오락가락한 정책으로 조합만 피해를 받고 있다"며 "3년 유예면 사업성이 없어지는 만큼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정부에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