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IB 진출 첫 작품격
대출금리, 은행보다 높은 수준 예상
국내 금융투자업계가 외국계 IB들의 전유물이던 기업간 인수·합병(M&A) 자금조달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 회사는 M&A 대출펀드를 조성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렵거나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기업에 인수 자금줄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금투업계의 이번 진출로 기존 은행권이 다루던 인수금융 분야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오는 3월쯤 5000억원 규모의 사모대출펀드(PDF)를 결성할 목표를 세우고 투자 유치에 나섰다.
국내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 중소 보험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하며 한국투자증권은 약 300억원의 자본금을 출자한다.
지난해 국내 M&A 시장이 3년새 4배 넘게 급증하며 사상최대치를 기록하자 금융권에서 앞다퉈 진출 기회를 모색하고 나섰다.
꾸준히 IB 영역 진출을 모색하던 차에 지난해 기업들의 매각과 대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국내 M&A 시장이 급성장하자 틈새시장을 노린 잰 걸음을 내딛었다.
신한은행과 하나대투증권은 지난해 각각 5650억원 규모의 '신한시니어론펀드'와 7000억원 상당의 사모부채펀드를 조성했다.
KB자산운용도 이달 말까지 5000억~6000억 규모의 M&A 대출펀드를 결성할 것으로 전해진다.
송치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IB 업무를 위해 자기자본을 늘여놓은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진출할 만한 비즈니스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M&A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며 "실제로 수익성이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심사를 통해 적합기업과 사모펀드(PEF) 등에 대출이 이뤄질 것"이라며 "은행 대출이 어려운 신용등급을 보유한 기업이나 정보 보안 등 신속한 의사결정을 원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 금투업계에서 M&A 시장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PEF를 지원하는 역할이 기대된다. 국내 PEF들은 연기금과 공제회 등 자금 조달의 한계로 리스크가 있는 M&A를 회피하면서 유명무실해졌다는 우려를 받아왔다.
금투업계의 M&A 대출펀드 금리는 은행권 인수금융보다 대체로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를 원하는 기업이 이곳저곳에서 자금을 모으기보다는 이러한 대출펀드를 통해 금리가 비싸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M&A 시장은 797억달러(87조3000억원, 부동산 인수 포함) 규모로 전년(418억달러)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시장 규모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0억달러대에서 주춤했다가 지난해 삼성그룹의 구조조정과 OB맥주, 다음카카오 등의 대형 M&A가 이어지면서 400억달러를 돌파하고서 급속도로 불어났다.
저금리로 인한 금융 여건도 기업 M&A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데 영향을 줬다.
국내 금투업계는 지난 2013년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 시행으로 M&A 시장을 적극 공략할 수 있게 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증권사는 IB로 지정돼 기업대출 등 신규 업무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