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심리가 안전자산 선호 쪽으로 쏠리면서 유망 해외채권에 대한 관심이 한층 커졌다.
채권 전문가들은 해외채권 투자에 있어 해당 국가의 환율 변동 흐름이 고금리 이점을 상쇄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달러화 강세 국면에서 가장 투자매력이 큰 것은 역시 미국 채권이며 신흥국 중에서는 환율이 안정적인 국가 중심으로 투자가 유망할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해에도 투자자들의 채권 선호 현상은 이어졌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주식자금의 순유입액은 1221억5200만달러로 전년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 반면, 글로벌 채권자금은 2047억4100만달러로 1년새 84배나 불어났다.
글로벌 증시와 디커플링(비동조화) 현상을 보이며 수년째 침체에 빠진 국내 시장도 비슷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한해 주식시장결제대금은 273조원으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지만 채권결제대금은 5026조원으로 1.2% 줄어드는 데 그쳤다.
올해에도 주식 대비 채권의 매력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제 유가 급락과 글로벌 경기둔화, 스위스 고정환율제 포기 등 경기 불안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 긴축 이슈로 인한 긴장감이 팽배하다.
채권 전문가들은 해외채권 투자를 할 때 무엇보다 환 안정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현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위아래로 너무 많이 흔들리는 나라는 피해야 한다"며 호주, 뉴질랜드, 중국 순으로 채권이 유망할 것으로 봤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올해 '유로 약세-달러 강세'가 예상되므로 강달러를 이겨내는 신흥국을 선별해야 한다"며 "또는 달러채로 발행되는 신흥국 채권에 관심을 둘 만하다"고 분석했다.
문 연구원은 "경상수지와 외환보유고, 정부의 재정건전성 등을 고려할 때 필리핀과 우리나라 국채 등이 양호한 투자 대상으로 보인다"며 "다만 달러채 표시 신흥국 채권의 경우 발행국의 국가 신용 전망을 잘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통화가 달러보다 강세를 보일 경우, 해당 국가의 채권 투자에서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
KDB대우증권은 미 기준금리 인상을 기점으로 해외채권의 매력도가 뒤바뀔 것으로 봤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엔 호주와 뉴질랜드 채권이 고금리 매력을 나타낼 것"이라며 "금리가 올라간 이후 하반기엔 중국과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의 신흥국 채권이 유망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미 금리 인상 시점은 시장 컨센서스인 오는 6월보다 다소 늦은 9월쯤으로 예상됐다.
루블화 폭락을 겪은 러시아 채권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렸다. 문 연구원은 "유가가 큰 폭 반등한다면 좋아지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바닥이 확인되지 않아 리스크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