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권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한국금융투자협회 신임 회장 선출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막바지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차기 금투협회장 후보 5명은 14일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를 가린 뒤 이달 20일 최종 선거를 진행한다.
업계에서는 정책당국에 금융투자업권의 요구를 잘 관철시키는 동시에 회원사와 원활히 소통하고 장기 비전을 제시하는 '삼박자'를 잘 갖춘 인물이 중용되리란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금융투자업계가 위기에 처한 만큼 국제적 업무능력으로 해외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역량이 관건이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13일 금투협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따르면 14일 5명의 후보자에 대한 면접 평가가 이뤄진다. 면접을 통해 최종 후보가 결정되면 차기 회장을 뽑는 결선 투표가 증권사와 운용사, 선물사, 신탁사 등 금투협회원사 164곳의 직접 투표 방식으로 오는 20일 진행된다.
이번 금투협회장 후보로는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김기범 전 KDB대우증권 사장,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 유정준 전 한양증권 사장,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회장이 출마표를 던졌다.
후보들은 선거를 앞두고 중소형사의 표심을 잡는 공약을 강조하고 있다.
직전 선거가 열린 지난 2012년, 중소형사의 막판 표심이 몰리면서 시장의 예상을 깨고 박종수 현 협회장이 선출된 결과를 의식한 제스처로 풀이된다.
황영기 전 회장은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수장을 두루 거친 만큼, 감독기관과 정부와의 교감이 남다를 것이란 기대감을 받는다.
황 전 회장은 중소형사 콜차입 전면제한 규제 완화와 특화 전문 증권사 발굴·지원 등을 공약에 포함시켰다.
김기범 전 사장은 중소형사의 해외 특화시장 진출 지원과 네트워크 강화, 중소형사의 연기금 풀 진입 기회 확대 등은 물론, 자산운용사와 선물사, 신탁사를 위한 개별 공약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김 전 사장은 특히 '자본시장'을 가장 중심에 놓고 금융투자업계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소통과 함께 시장을 제대로 시장답게 만드는 일에 주력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황성호 전 사장은 협회 주도로 '5년 주도 로드맵'을 시행해 자본시장을 살리는 데 역점을 두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공약을 내세웠다.
황 전 사장은 협회장 3년 단임제를 약속하는 동시에, 정부 소통과 협조 능력을 높이고 자율규제 영역 확대, 조직 효율성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정준 전 한양증권 사장 역시 규제 완화와 중소형사의 자생적인 생존환경 조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운용 대표는 1990년대 외환위기(IMF) 당시 현장을 진두지휘한 경험을 살려 중소형사 균형 발전, 규제 개선 등을 약속했다.
업계에서는 대체로 황영기 전 회장과 김기범 전 사장, 황성호 전 사장의 '3파전'을 예상하는 분석이 많다.
박종수 현 협회장이 지난 임기 3년간 중소형사 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수행했으므로 차기 협회장 자리에는 위기에 빠진 업계를 살릴 '국제통'이 올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국내 시장이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해외 진출로 새 성장동력을 모색하는 업권의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 전 회장은 서울대 출신으로 삼성물산에 입사했으며 지난 1990년부터 1999년까지 이건희 삼성 회장의 통역을 맡아 신뢰를 쌓은 인물이다. 이후 삼성투자신탁운용 사장과 삼성증권 사장, 우리은행장, 우리금융지주 회장, KB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했다.
김 전 사장은 한국외국어대를 나와 씨티은행에 입사한 뒤 헝가리 대우증권 사장을 거쳐 대우증권에서 국제금융부장, 런던 현지법인 사장, 국제영업본부장, 대표이사 사장,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 사장 등을 두루 지냈다.
황 전 사장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씨티은행 본부장, 한화은행 헝가리 행장, 제일투자신탁증권 부사장, 제일투자증권 사장, PCA투자신탁 운용 사장, 우리투자증권 사장 등을 역임했다.
한편 투표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자산운용사의 결정에 따라 차기 금투협회장 자리가 좌우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자산운용사들이 동종업권 출신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을 보일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산업 전체를 잘 이끌 만한 인물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수 현 협회장의 임기는 다음달 3일 완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