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합병 자산 42조원 규모의 국내 1위의 '공룡 증권사'인 'NH투자증권'이 탄생했다.
증권가는 수년간 꽁꽁 얼어붙은 업황에 한 줄기 희망이 싹트는 한 해를 보냈다. 증권가 통·폐합과 구조조정으로 수천명의 직원이 일터를 떠났고 지점 수도 대폭 줄어들면서 한파가 불어닥쳤다.
그러나 당국이 증권업계의 오랜 숙원이던 주식시장 발전방안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면서 중장기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피어났다.
'후강퉁'으로 중국 투자 길이 활짝 열렸고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모처럼 흥행 열기를 이어가면서 시장에 온기가 돌았다.
7년째 수익성 하락을 겪고 있는 증권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 대신증권, HMC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상당수 증권사들이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4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여의도를 떠났다.
경영 효율화로 지점들도 통폐합되면서 3년새 지점 4곳 중 1곳이 사라졌다.
증권사 통폐합으로 지각변동도 일어났다.
새해가 접어들면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통합한 자산 42조원 규모의 'NH투자증권'이 첫 발을 내딛는다. 국내 1위의 '공룡 증권사'가 탄생했다.
반면 소형사들은 실적 악화로 자취를 감췄다. 애플투자증권과 BNG증권이 손실 누적으로 잇따라 자진폐업했고, 지난해 말 옵션거래 실수로 대거 손해를 본 한맥투자증권도 위기의 기로에 놓였다.
워낙 시장에 냉기가 돌았던 탓인지 연말이 다가오면서 여의도를 다시 뜨겁게 달구려는 소식들이 줄이었다.
먼저 중국본토 투자 길을 여는 '후강퉁' 제도가 지난 11월 중순 시행을 결정했다. 상하이증시와 홍콩증시간 교차거래를 통해 외국인들도 중국본토 우량주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금융당국이 증권업계의 오랜 숙원이던 '주식시장 발전방안'을 지난 11월 말 드디어 발표했다.
한국판 다우지수 개발과 가격제한폭 15%→30% 확대, 파생상품 확대, 기관 역할 강화 등 거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담겼다.
다만 증권거래세 인하 등 세제 혜택에 대한 내용은 빠져 업계가 가장 고대하던 요구 사항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반응이 뒤따랐다.
연말 시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굵직굵직한 대어급 기업공개(IPO)가 이어지면서 모처럼 흥행 열기가 불어닥쳤다.
올해 IPO 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유가증권시장 공모금액은 3조5000억원으로 역대 2위에 올랐고 코스닥시장(1조4000억원) 역시 1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BGF리테일, 쿠쿠전자, 삼성SDS, 제일모직 등 업계 1위의 대표 기업들이 줄줄이 증시에 입성하면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제일모직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청약증거금으로만 30조원 넘게 몰렸다. IPO 사상 최대 규모인 데다 상장 첫날 시가총액 14위로 뛰어올라 투자자들의 관심을 온통 차지했다.
/김현정기자 hjkim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