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이상 89개 펀드 연초 대비 평균 -13.87% 수익률 기록
국제 원자재 가격이 최근 5년래 최저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원자재 투자자들도 울상을 짓게 됐다. 원자재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에 머물고 원자재 파생결합증권(DLS)은 원금 손실 우려가 높아졌다.
21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으로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원자재펀드 89개는 연초 대비 평균 -13.8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금에 투자하는 펀드 2개를 제외하곤 모두 마이너스 성과를 냈다. 최근 국제 유가 추락에 따라 원유를 투자대상으로 하는 펀드 일부는 -40%에 육박하는 손실을 볼 정도로 부진했다.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DLS 투자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약 120종의 원유 DLS가 원금 손실 가능성이 발생했다.
60달러선 붕괴를 겪은 유가가 50달러 초반까지 더 내려간다면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하는 DLS 수는 더 많아질 전망이다.
국제 원자재가격의 대표적인 지표인 CRB지수는 최근 5년4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글로벌 원자재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고 미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가격 하락을 이끌었다. 중국 경제가 소비 위주의 구조로 전환한 것도 수요 감소의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에너지·금속·농산물 등 19개 주요 상품 선물가격을 반영한 CRB지수는 지난 12일 243.75로 2009년 7월 말 243.55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말 308.22와 비교해도 하반기 들어 크게 하락했다.
국제 원자재 종목의 주가를 좇는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올해 상반기 47.50에 육박하던 '글로벌커머디티이쿼티' ETF는 19일(현지시간) 38.49로 40선 밑으로 밀려났다.
시장에서는 원자재 가격의 추가 하락을 점친다.
낮은 인플레이션율과 금리 상승 환경은 금에 악재로 작용하며 농산물·금속 등 원자재 생산국들의 최근 환율 변동도 공급량을 늘리는 압박 요인이다.
특히 원유의 경우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는 현 상황이 계속될 전망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은 최근 유가 40달러선 하락까지도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계 원유공급을 조절하던 사우디아라비아는 가격 안정을 위해 감산하기보다 현 수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겠다며 사실상 과잉공급을 이어갈 뜻을 내비쳤다.
반면 수요 측면에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네 차례에 걸쳐 내년 글로벌 원유 수요 예상치를 하향조정했다.
국내외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강유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과잉공급을 해소하기 어려워보인다"며 "내년 상반기 유가 하락 리스크가 높다"고 말했다.
웰스파고의 세미르 사마나 전략담당은 "지금으로서 원자재 전망은 부정적"이라며 "원자재 값이 더 하락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자재값 약세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 급락에 따른 혜택 기대감보다 글로벌 디플레이션 압력이 심해질 우려가 더 높다"며 "글로벌 원자재 수요 둔화가 우려되면서 국내 산업재와 에너지 업종의 이익 전망치 하향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