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디폴트 위기, 국내 증시 여파는?…당국,영향 제한적 루블화 폭락 시장상황 예의주시
러시아 경제가 공황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국내 증시에 미칠 파급효과에 관심이 쏠렸다. 최근 국내 증시가 장중 1900선 붕괴를 겪은 상황에서 러시아발 위기로 인해 외국인들이 추가 자금 이탈을 할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당국은 한국이 실물경제나 금융 측면에서 러시아와의 관계가 크지 않은 만큼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될 것으로 보면서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러시아발 금융위기는 저유가에서 촉발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56달러를 밑도는 반토막 수준까지 추락한 한편, 브렌트유도 지난 16일 5년여 만에 처음으로 장중 배럴당 60달러선이 붕괴되는등 연일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국가 수입 절반을 에너지 수출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국제 유가 급락은 러시아 경제를 송두리째 흔드는 악재로 작용한다.
16일 러시아 외환시장에서 루블화 환율은 주요 선진국 통화에 대해 20% 넘게 하락했다.
달러 대비 루블화는 64루블에서 80루블로 뛰었고 유로 대비로는 78루블에서 100루블로 급등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연초에 달러 대비 루블화가 32루블, 유로 대비로는 45루블이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1년새 루블화 가치가 2배 넘게 곤두박질친 것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시장의 루블화 투매 분위기를 막기 위해 16일 기준금리를 연 17%로 6.5%포인트나 한꺼번에 인상하는 파격 조치를 내놓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유가 하락은 러시아를 넘어 원유국과 대외 리스크에 취약한 신흥국에도 위기 요인이다. 원유수출국인 베네수엘라는 러시아보다 금융위기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이승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 중앙은행의 파격적인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루블화 약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며 "외환보유고가 점차 금융위기 수준으로 다가가고 있어 우려가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는 러시아 외환시장으로 인해 1998년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한 '러시아 외환위기'의 악몽을 떠올리는 이들도 점차 늘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러시아 현지 은행에서 달러·유로화와 공산품을 사재기하려는 행렬이 나타났고, 일부 은행지점의 보유 외화는 바닥을 드러냈다.
이는 98년 국가 부도를 맞았을 당시 러시아의 사재기 사태를 연상케 한다. 다만 식료품 사재기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 디폴트가 실제로 발생하면 글로벌 증시에서 일부 신흥국을 중심으로 또 다시 자금 이탈 행렬이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이 러시아 국영기업에 대한 추가 제재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추진하고 있어 러시아 경제가 막다른 골목에 몰려 끝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다.
다만 당국에서는 러시아발 영향이 아주 크진 않을 것이라며 국내 시장 안정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수출입·산업·우리은행 등 11개 국내 금융기관이 러시아에 제공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13억6000만달러(약 1조4704억원)로 전체 대외여신 1083억4000만달러의 1.3%에 불과했다.
금감원 측은 "러시아의 익스포저 비중이 미미해 국내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파악됐다"며 "다만 루블화 폭락에 따른 디폴트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역시 러시아발 직접적인 금융 불안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간접 경로를 통한 파급 효과를 점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