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정보위원회가 9일(현지시간) 공개한 미 중앙정보국(CIA)의 테러 용의자 고문 실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CIA가 8100만 달러(약 898억원)를 들여 고문 기술을 개발한 정황도 드러났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상원 정보위원장은 이날 기밀로 분류된 총 6800쪽 분량의 내용을 약 500쪽으로 요약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는 "알카에다 대원을 상대로 한 고문은 불법일 뿐만 아니라 효과적이지도 못했다"고 꼬집었다.
보고서에는 2001년 9·11 사태 이후 유럽과 아시아의 비밀 시설에 수감된 알카에다 대원에게 자행된 CIA의 고문 실태가 상세히 나와 있다. 성고문과 물고문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CIA는 고문으로 테러 관련 단서나 정보는 제대로 얻어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CIA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심리학 박사 두 명이 만든 외주 업체를 고용, 고문 기술을 담은 심문 프로그램을 개발한 사실도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심리학자들은 '물고문'(대상자를 움직이지 못하게 눕힌 다음 얼굴에 물을 붓는 행위)과 '곤충 고문'(좁은 상자에 대상자를 가두고 곤충을 넣는 것) 등 고문 기술 10개를 알카에다 구금자들에게 실제로 사용했다.
이들은 총 20개의 고문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고문 대상자를 모의로 매장하는 방법 등 10개 기술은 너무 가혹하다는 이유로 미 법무부의 허가가 나지 않았다. 당초 CIA는 1억8000만 달러(약 1996억원)에 고문 프로그램 개발 계약을 맺었지만 프로그램이 2009년에 중단돼 8100만 달러만 지급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보고서 공개를 반기며 앞으로 고문을 철처히 금지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CIA의 가혹한 심문 기법은 미국과 미국인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다. 내가 취임하자마자 고문을 금지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또 오바마 행정부는 보고서 공개로 국제 테러 집단의 보복 공격이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해외 외교 공관에 대한 경비를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