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신혼부부가 일 주일간 돈과 휴대전화, 신분증 없이 거리 생활을 해 화제다.
칠랴빈스크주 행정부 내 특별 프로젝트 운영부서 직원인 안톤 헤르부힌은 '도시 속 야생'이라는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일주일 동안 아내 알리사와 함께 노숙을 했다. 헤르부힌은 이색 체험을 통해 첼랴빈스크 주를 알리고자 촬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연히 무인도에 남겨진 사람들의 생존 생활을 재현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무인도에 가는 대신 도심 속에서 비슷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돈과 통신 수단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거리에서 생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아내의 손을 잡고 도망쳤다. 배고픔과 추위에 떨다 친구의 도움을 받으면 프로젝트를 망칠 것 같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헤르부힌은 프로젝트 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가장 기초적인 생활 요소를 꼽았다. 그는 "식수와 같이 생존에 꼭 필요한 것을 구하는 일이 힘들었다"며 "처음 이틀 동안은 모든 것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헤르부힌은 "아내 알리사가 나보다 더 힘들어했다. 결혼 하자마자 고생을 시킨 것 같다"며 미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이에 알리사는 "남편이 없었다면 이 프로젝트를 끝낼 수 없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너무 힘들 때는 같이 거리 생활을 해보자며 이 프로젝트에 끌어들인 남편이 야속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노숙 첫 날에는 건물 지하 계단에서 잠을 잤다"며 "따뜻하게 밤을 보낼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이들 부부는 힘들었지만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며 해맑게 웃었다.
/올가 수키노바 기자·정리=조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