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저성장 속 재정 부담 커져…군인·사학연금도 변화 동참해야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등 기존 특수직역 연금체제에 대한 전면 수술을 미룰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저성장 기조 속에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과거 수십년 전 기준으로 설계한 연금체계로는 나가는 돈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4일 새정치민주엽한 공적연금발전 TF 단장인 강기정 의원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논의할) 사회적 합의기구를 정부나 새누리당이 만들면 야당의 안을 바로 내겠다"며 사회적 합의기구가 먼저 설립될 필요성을 강조했다.
새누리당 공무원 연금개혁 태스크포스 위원장인 이한구 원내대표가 전날 공무원연금 개혁안 관련, 야당의 조속한 합의를 촉구한 데 따른 대응이다.
연금 전문가들은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물론, 사학연금 등 특수직역 연금체제의 개혁을 단행해야 중장기적인 연금 안정성이 확보된다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
북유럽과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늘어난 평균수명만큼 연금 수령액을 축소하거나 수급시기를 미루는 방식으로 구조 개선을 이뤘다.
프랑스가 지난 2012년 노령연금 수급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늦췄고 미국도 사회보장연금 수급 연령을 이처럼 올렸다.
우리나라도 국민연금의 경우 수령 개시 연령이 60세에서 61세로 지난해 늦춰졌고 매 5년마다 1세씩 다시 늦춰진다. 오는 2018년엔 개시 연령이 62세가 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이처럼 구조 개선을 이룬 만큼, 특수직역 연금제도 역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반 국민들보다 직업 안정성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의 구조 개선 방향과 적어도 궤를 같이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지난달 말 발의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의 개시연령이 오는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연장돼 2031년에는 국민연금과 같은 65세 이상으로 늦춰진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르웨이처럼 연금 수급자의 선택에 따라 수령 시기를 75세까지 늦출 수 있도록 한 국가도 있다"며 "연금제도가 지속가능하려면 노동시장을 손봐가면서 연금 수급액과 수령시기에 대한 조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수직역 연금제도가 1960년대 사회상을 반영해 설계됐으므로 현 시점에서 적합하지 않은 부분은 과감히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만 해도 도입 당시 가입자의 평균 수명은 52세였지만 현재는 무려 82세다. 연금 수령 기간이 30년이나 늘어났는데 출산율 저하로 인한 경제활동인구 감소와 저성장 국면 등의 영향으로 연금 운용상 적자를 면하기 힘든 상황이다.
공무원연금공단 등에 따르면 군인연금은 이미 도입 10년 만인 1973년 재정이 고갈되고 연금 중 절반 이상을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연구위원은 또 "제도의 구조적 문제와 연금 운용은 별개의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우수 운용인력을 채용해 막대한 연금 기금의 운용 수익률을 조금만 올리면 수익성이 제고된다는 인식을 제기한다.
그는 이에 대해 "운용 측면에서의 접근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대다수 선진국들이 제도 기본틀을 개선해 연금 재정 문제를 해결했듯이 우리나라도 후세대 부담을 고려해 마찬가지의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