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토박이에게 목욕탕에 몸을 담그고 등을 민 뒤 지인들과 차를 마시는 것은 일상의 즐거움이다.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베이징의 신위안 목욕탕이 최근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돼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신위안 목욕탕은 베이징 시청구의 조용한 골목에 있다. 손님은 대부분 근처에 사는 주민이다. 붉은 나무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소파 두 개가 있고 양쪽으로 남, 녀 목욕실 문이 있다. 이 곳은 베이징의 초기 목욕탕 중 하나로 청나라 광서연간(1875년~1909)에 세워져 100년도 더 됐다.
목욕탕 직원은 "당시 신위안 목욕탕은 명성이 자자했고 영향력 있는 장소였다. 1928년 주인이 바뀌고 예전 같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정재계 유명인사들이 자주 드나드는 장소다. 1956년 민관이 합작해 국유기업으로 바뀐 뒤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목욕탕의 역사를 전했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후 목욕탕 이용료는 2.6위안(약 440원)에서 현재의 15위안까지 올랐다.
한 주민은 "지금은 집에서도 목욕을 할 수 있지만 이웃들과 매주 월요일에 이곳에 와서 목욕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습관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아쉽다. 이렇게 역사가 깊은 장소는 보존돼야 한다"면서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찾는다. 가격을 올려도 괜찮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사 간 후에도 신위안 목욕탕에 온다는 여성은 "이곳에 와서 목욕을 하면 옛 이웃들을 만날 수 있어 마음이 편안하다"고 목욕탕을 찾는 이유를 밝혔다.
70세 장모 노인의 기억 속에 목욕탕은 한담을 나누고 장기와 귀뚜라미 싸움을 하는 장소다. 그는 "몸을 불리고 친구들과 때밀이 침대에 누워 세신사(목욕 관리사)를 기다리곤 했다. 손님과 세신사 모두 골목의 이웃들이어서 목욕을 하며 집안 대소사며 정치 얘기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베이징에는 100년의 역사가 있는 목욕탕이 많이 있었지만 대부분 업종을 바꿔 남아있는 곳은 많지 않다. 수도세와 전기세 등이 크게 올라 문을 닫았다. 신위안 목욕탕도 숙박 시설로 바뀐다.
/정리=조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