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화장품 이어 의류업체도 '꿀꺽'…아가방 주가 60% 급등
차이나머니의 '황색 돌풍'이 국내 게임·화장품 업종에 이어 의류업체에도 불어닥쳐 기업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한국 업체의 브랜드와 기술력을 활용하고자 하는 중국 자본이 국내 업체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와 이트레이드증권에 따르면 지난 3일 국내 유아복 전문업체인 아가방앤컴퍼니가 중국 의류업체인 랑시그룹에 매각됐다.
아가방은 최근 출산율 하락으로 국내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상반기 16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뒤 올해 상반기엔 적자규모가 90억원으로 확대됐다.
반면 중국은 유아용품 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중국 정부가 70년대부터 시행해 온 '1가구 1자녀 정책'이 연말까지 사라지면 유아용품 시장의 고성장은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아가방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김욱 회장은 지분 15.3%를 320억원에 랑시그룹의 한국 자회사인 라임패션코리아에 매각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중국의 한국 유아복 업체 인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월 유아복 브랜드 '블루독'과 '밍크뮤'를 보유한 서양네트웍스도 1960억원에 홍콩기업인 리앤펑으로 넘어갔다.
국내 시장 부진에 지지부진하던 관련 업체 주가는 중국발 기대감에 되살아났다.
코스닥시장에서 아가방의 주가는 올 들어 60% 급등했다. 특히 중국 업체로의 매각 소식이 발표된 3일 전후로 4거래일간 50% 이상 가파르게 치솟았다.
중국 기대감에 또 다른 국내 유아용품 업체인 보령메디앙스의 주가도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대비 33% 넘게 올랐다.
차이나머니의 관심은 유아복은 물론, 의류업종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별 그대' 등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현지 인기로 한류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영향이다.
오린아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중국 자본이 최근 2~3년새 국내 의류업체 5곳 이상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한류가 자국 산업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자 발빠른 중국 기업들이 (아예) 국내 기업을 인수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업체들이 자체 브랜드와 상품 기획력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국내 기업 인수를 공략하는 측면도 있다.
중국 최대 종합 인터넷업체인 텐센트는 2009년 넥슨의 게임을 현지 서비스하면서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 점유율을 5배 넘게 끌어올렸다. 또 한국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에 720억원을 투자해 지분 14%를 인수한 뒤, 카톡의 사업모델을 벤치마킹한 중국판 카톡 '위챗'을 선보여 또 다시 업계 1위에 등극했다.
오 연구원은 "최근에는 중국 토종 화장품 업체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난다"며 "중국인의 소비 증가와 더불어 한류의 꾸준한 인기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연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자본시장이 확대되면서 해외 투자가 늘었다"며 "중국 진출을 많이 한 국내 기업을 중심으로 (차이나머니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