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 모스크바 소콜니키 공원에서 한여름 무더위를 날리는 '좀비 달리기' 대회가 개최됐다.
대회는 모스크바시가 후원하는 '한여름 밤의 꿈' 축제의 일환으로 열렸다. 참가자들은 좀비 분장을 한 '죽은 자'들의 방해를 피해 소콜니키 공원에 마련된 5km 코스를 내달렸다.
대회 관계자는 "규칙은 간단하다"면서 "곳곳에서 출현하는 좀비를 피해 결승선까지 완주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좀비는 참가자들의 육체를 탐내는 것이 아니라 어깨에 두르고 있는 띠를 뺏으려고 한다"며 "마치 컴퓨터 게임처럼 참가자들이 가지고 있는 띠가 생명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는 좀비를 피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며 다양한 에피소드를 털어 놓았다.
한 참가자는 "좀비가 나타나고 정신 없이 도망치느라 어느 순간 게임인 것도 잊어버렸다. 저승사자 수십 명이 숲길 양쪽에서 나타난 것 같아 아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심장이 요동치고 등골이 오싹했지만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출발선을 지난뒤 얼마 되지 않아 좀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좀비를 피해 더 깊은 숲 속으로 달려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깊은 숲 속에서 축구선수 좀비도 만났다"며 "덩치가 나보다 훨씬 커서 사력을 다해 그의 손을 뿌리치고 달려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축구선수 좀비를 피해 한참을 달리다가 어깨를 보니 피가 묻어 있었다"며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살기 위해 열심히 달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여자친구와 함께 대회에 참여한 한 남성 참가자는 "결승선 200m를 남겨두고 좀비를 만났다"며 "여자 친구가 결승선까지 무사히 갈 수 있도록 좀비의 시선을 끄느라 결국 나는 결승선을 밟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완주 증명서를 받지 못해 친구들에게 자랑을 할 수 없어 아쉽다. 하지만 여자친구를 지킨 든든한 남자친구라는 사실은 입증해 기쁘다"고 덧붙였다.
/보그단 지랴노프 기자·정리=조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