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피격 사건을 계기로 러시아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세계 각국이 말못할 고민에 빠졌다. 제재에 동참했다가 러시아 관련 자국 현안에 부메랑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속을 끓이고 있다. 28일 방한하는 피터 해럴 미국 국무부 제재담당 부차관보는 여객기 피격에 따른 러시아 추가 제재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북핵 관련 사안이나 박근혜 대통령의 대외 구상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추진 과정에 러시아의 협력이 필요한 우리 입장에서는 러시아 제재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
이번 여객기 피격으로 최대 희생자가 난 네덜란드도 러시아와 경제적 관계를 우려, 강력한 제재에는 주춤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는 러시아에 12억 유로(약 1조7000억원) 규모의 미스트랄급 상륙함 수출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거액의 위약금도 부담이고 다른 국가와의 무기 계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프랑스의 상륙함 수출 계획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한 영국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제재를 취하고 있는 와중에도 러시아에 1억3200만 파운드(약 2300억원) 규모의 무기를 수출해온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러시아 제재를 두고 국제사회가 '동상이몽'에 빠져있자 속이 타는 건 미국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에너지·광산·금융 등 러시아 기간 산업 제재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지만 EU는 개인 및 개별 기업을 제재하는데 그쳤다. 여객기 피격 사건 이후 미국은 고강도 제재를 가하자며 EU를 한층 더 압박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러시아 정부의 큰 호응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