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이어 신흥국 시장 2위 규모의 브라질에 인플레이션 비상등이 켜졌다. 올해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국가 중에서 브라질의 경제가 가장 지지부진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현지 증시전문가들은 아직 공식발표 전인 지난해 브라질의 인플레 전망치를 최근 5주 동안 매주 상향조정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브라질을 남미 최대 경제국으로 이끈 신용 호황(credit boom)의 그림자가 점차 짙어지는 점과 지난해 발생한 극심한 가뭄도 부담 요인이다.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브라질증시 전문가들이 올해 브라질의 인플레 전망치를 전주의 5.47%에서 5.49%로 0.02%포인트 높였다고 보도했다.
브라질중앙은행은 매주 100명의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2013년 브라질 경제성장률(GDP)과 인플레 전망치'를 집계한다. 올해 GDP 증가율의 경우, 전주 예상치 3.3%에서 3.26%로 하향조정됐다.
2012년 한해 동안의 인플레 추정치는 지난 5주간 계속 전망치가 상향되고 있다. 전주 예상치는 5.71%이나 이주에는 5.73%로 높아졌다. 반면 지난해 GDP 증가율은 불과 0.98%로, 2009년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2010년과 2011년에는 각각 7.5%, 2.7% 성장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로 성장이 둔화한 브라질이, 올해 그 여파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험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 브라질, 추가 경기부양은 인플레 부추겨
먼저 브라질 정부가 더 이상의 경기부양 조치를 단행하기 어려운 점이 불안요소다. 브라질중앙은행은 이미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내린 상태이므로 더 내리는 조치가 부담스럽다. 브라질 기준금리는 지난 2011년 8월에 12.5%까지 올라갔던 것이 이후 10차례에 걸친 연속 인하로 7.25%까지 내려왔다. 이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도입한 1986년 7월 이래로 최저 수준이다. 이에 오히려 전문가들은 인플레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가 올해 연말까지 8.25%까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게다가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성장 둔화를 막기 위한 연속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벌써 2조5000억달러 규모를 시중에 풀었다. 카를로스 랑고니 전 브라질중앙은행장은 19일 이코노미스트지에서 "더이상의 추가 부양은 성장을 돕기보다는 인플레만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정부의 재정 건정성도 추가 부양을 하기에 난감한 상태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브라질 정부는 지난해 재정흑자 목표치(GDP의 3.1% 수준)를 맞추기 위해서는 인프라 설비 투자액수를 일부 제외하고 국유기업의 배당금을 앞당겨 반영하며 2008년 출범한 국부펀드 자금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더 이상의 지출은 재정에 부담을 주는 형국이다.
게다가 지난해 인플레가 5.7%대(추정치)를 기록한 것도 브라질 정부의 각고의 노력 덕분이었다는 점이 우려를 더한다.
지난해 브라질 연방정부가 휘발유 값 상승을 제한하고 지방정부는 10월 지역선거를 앞두고 대중교통요금을 동결하는 식으로 물가 통제에 나섰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브라질 정부가 이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면 지난해 인플레율은 6.5%에 근접했을 것"으로 봤다.
또 올해 인플레 전망치도 현 5.4%대가 아니라 실제로는 6% 안팎일 것이란 관측에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의견을 함께 한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전했다. 선거가 지나갔으므로 기름값, 공공요금의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에서다.
◆ 브라질 소비시장 실체는 "무이자 할부족"…신용거품에 성장 발목 우려
브라질의 고속성장을 이끈 신용 호황도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저축을 많이 하지 않고 무이자 할부로 맘껏 소비하는 브라질의 소비문화가 이제는 가계부채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와 추가적인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지난 7일 파이낸셜타임즈(FT)는 브라질의 가계부채 수준이 가처분소득의 40%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브라질은 매력적인 신흥 소비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할부에 따른 거품소비다. FT는 브라질 소매업체들이 제품의 총 판매가가 아닌, 할부가격을 전면에 홍보하는 일이 흔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브라질 소비자들은 두루마리 휴지에서부터 장례식 관까지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로 구매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10년간 구매력 있는 브라질 중산층으로 3500만명이 새로 편입됐지만 이들도 거의 할부로 신용카드를 긁는 거품 소비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 가뭄까지 겹쳐 진퇴양난
다만 오는 2014년 대선을 앞두고 브라질 정부가 올해 4% 경제 성장을 어떻게 해서든 달성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당장 세제 인하를 떠올릴 수 있다. 재정 부담보다 경기 부양을 해결 우위과제로 놓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해 발생한 극심한 가뭄까지 감안하면, 브라질은 다소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브라질 수력발전이 문제를 겪으면서 대신 가스발전과 화력발전이 풀가동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가스와 화력은 수력보다 값이 비싸다는 부담이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브라질 정부는 수입 전력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는 등의 부양 조치를 취해서 자국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고 하는데, 이는 전력비축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전력을 아껴써야 하는 현실과 상충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