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석 달 연속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했다. 지난해 7월과 10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하하고서 추가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국내 경기가 완만하게나마 살아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인플레이션 부담이 적은 점도 금통위의 동결 결정을 도왔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2.7%에서 2.5%로 낮췄다.
하지만 이날 국내 증시는 금리 동결로 인한 원화 절상 기조에 약세를 보였다. 달러당 원화 환율 1060원선이 뚫린 데다 엔화당 원화 환율까지 1200원선이 무너지면서 환율민감주인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하락 행진이 나타났다. 특히 달러당 엔화 환율은 89엔대로 오르며 엔저(低) 기조를 지속한 점도 경쟁 일본 업체의 부상에 대한 경계심을 키웠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동결 결정이 "만장일치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증시 전문가들은 한은이 다음달 금통위에서는 환율 방어를 위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편 최근 한국과 비슷한 기준금리 동향을 보인 태국은 한국과 달리, 조만간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이 경우 지난 한해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15년 만의 최고 호황을 구가한 태국 증시가 출렁일 가능성이 커진다.
세계거래소연맹(WFE)에 따르면, 2012년 1~10월 전세계 증시에서 태국이 가장 많이 올랐다. 지난해 태국 증시에 투자한 펀드 수익률도 높다. 이날 금융포털 모네타에 따르면, 해외에 투자한 주식형펀드 중에 태국펀드가 나란히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1년 수익률이 모두 40%를 웃돈다.
태국의 전반적인 경기 전망은 긍정적이다. 각종 경제지표도 호조를 보였다.
10일(현지시간)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IBT)에 따르면 태국의 12월 소비자신뢰지수는 70.60으로 11월 69.40에서 상승했다. 12월 산업생산(제조·광산·유틸리티)은 189.11로 11월 수정치보다 83.3% 급등했다. 2011년 발생한 태국 홍수 피해로 인한 기저효과가 작용한 점도 있다.
하지만 태국은 날로 높아지는 소비자물가 수준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2월 태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63%로 시장 예상인 3.23%를 웃돌았다. 11월 2.74%에 비해서도 상승했다.
이에 지난 9일 태국중앙은행(BoT)는 3개월째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하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0월 0.25%포인트 내리고서 3개월째 그 수준을 유지한 점이 한국과 같다.
현지 증시전문가들은 태국이 인플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조만간 금리를 대폭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캐피탈이코노믹스는 보고서에서 "전문가 대다수가 태국중앙은행이 이같은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금리 인상의 후폭풍을 우려했다. 캐피탈이코노믹스는 "올해 태국의 내수 경기는 연초 최저임금 인상과 법인세 감면 등의 정책 지원으로 부양되겠지만 수출이 문제"라며 "태국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제조업의 수출은 글로벌 경기에 좌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유로존 위기가 지속되는 등 글로벌 경기가 안 좋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태국중앙은행은 (금리 인상 후) 결국 금리 인하를 다시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태국은 인플레 해소를 위해 금리를 높여야 하지만, 자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을 생각하면 금리를 높이기 힘든 어려운 상황에 처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