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운업계의 대어(大魚)인 대한해운, STX팬오션이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오면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SK그룹과 CJ그룹이 관심을 보인다는 소식에 대한해운과 STX팬오션 주가가 연일 출렁거리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해운은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인 상태다. 지난해 12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M&A 공고허가 등의 서류를 제출해 매각을 허용해달라고 신청했다.
STX팬오션은 최근 모간스탠리와 스탠다드차타드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이달 안에 인수 예상 후보자들에게 투자제안서(IM)을 발송할 계획이다.
대한해운과 STX팬오션은 국내 벌크선사(비포장화물전용성) 1, 2위 업체다. 운용선단 기준으로 STX팬오션은 한진해운, 현대상선에 이어 3위고, 대한해운은 4위다.
지난해 말 진행된 대한해운의 투자의향서(LOI) 접수에는 SK그룹, CJ그룹, 동아탱커 등 전략적 투자자,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 선박투자회사인 제니스파트너스코리아 등이 참여했다. 이들 업체는 이달 안으로 예비실사를 거쳐 오는 21일 본입찰 참여를 결정할 전망이다. 최종 매각은 오는 3월 말쯤으로 예상된다.
STX팬오션의 경우, 유럽계 일부 선사와 중동계 투자은행들이 인수의향을 밝히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국내 업체 중에서는 SK와 CJ가 대한해운에 이어 STX팬오션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STX팬오션이 외국 회사로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으나, 최근 업계와 정부를 중심으로 해외 매각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업체의 인수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해운과 STX팬오션의 주가는 인수 관련 소식이 나올 때마다 상한가를 치며 민감하게 들썩거리고 있다. 그만큼 시장의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지만 정작 업계에서는 마냥 이를 반기진 않는 분위기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해운업황이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인수에 나섰다가 자칫 '승자의 저주'에 걸려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한해운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부채가 자산을 918억원 초과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2011년부터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따라서 대한통운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함에도 불구, 인수 기업은 대한해운의 부채 조정을 놓고 고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STX그룹은 지난 12월 12일 STX팬오션의 차입금을 견디지 못하고 매각을 결정했다. STX팬오션의 차입금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총 4조1600억원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한해운의 경우, 유찰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해운에 LOI를 접수한 한 국내 기업의 관계자는 "검토 단계에 불과하다"며 "본입찰 이후 확실한 향방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TX팬오션의 전망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봤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건화물선 시장의 공급과잉이 여전히 심한 상황"이라며 "올해 하반기 이후에야 어느 정도 실적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 연구원은 STX팬오션의 매각 결정이 나오기 전인 지난 12월 4일, 보고서를 통해 시장상황의 개선이 매우 더디고 실적 역시 부진하다며 목표주가를 내린 바 있다.
강 연구원은 "오는 3~4분기에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