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 발표가 지나간 뒤, 시장의 관심은 세계 3대 자산운용사인 뱅가드(Vanguard)의 벤치마크 변경에 쏠렸다. 전문가들은 뱅가드의 이번 변경으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약 9조원 규모의 자금 순유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뱅가드의 벤치마크 변경 후 25주에 걸쳐 올해 6월 말까지 총 9조2000억원이 국내 증시를 이탈할 전망이다. 매주 3600억원가량의 물량이 빠져나가는 셈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뱅가드는 운용비용 축소를 위해 6개 글로벌 펀드의 벤치마크를 기존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에서 파이낸셜타임스증권거래(FTSE)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MSCI지수와 FTSE지수 간 한국시장의 지위가 다른 점이 문제다.
한국은 MSCI지수에서 '신흥시장'에 속하지만 FTSE지수에서는 '선진시장'으로 분류되므로 이번 변경은 해당 펀드들에서 한국 비중을 점차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신호가 된다. 더욱이 뱅가드는 운용규모에서 선진국 펀드(120억달러)보다 신흥국 펀드(700억달러)의 비중이 훨씬 높다.
뱅가드가 매도를 시작하는 시점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25주간의 자금 이탈 기간을 감안했을 때 늦어도 1월 둘째주가 해당 시점일 것으로 관측했다.
이에 따라 국내 종목 중에서 두 지수 편입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현재 FTSE에만 속한 종목인 삼성정밀화학, 동국제강, CJ대한통운, 대신증권, 농심, 롯데칠성 등은 수혜종목으로 꼽힌다. 반면 MSCI에만 포함된 삼성전자우, 현대차우, LG화학우, 한국항공우주 등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뱅가드로 인한 국내 증시의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거시경제 회복기에는 한국시장이 통상 높은 수익률을 안겨줬으므로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한국물에 대한 익스포져(위험노출액)이 없는 점을 두려워한다"며 "실제로 지난해 10월 뱅가드의 벤치마크 변경 발표 이후에 경쟁사인 블랙록의 MSCI ETF로 자금 유입액이 급속하게 늘고 뱅가드는 순유출이 발생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