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용카드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카드를 발급받고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는 휴면율과 연체 등의 부작용이 뒤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내놓은 '중국 신용카드 시장의 현황과 문제점'을 보면, 최근 중국 대형은행들의 공격적인 영업으로 지난 3분기 말 현재 중국의 은행카드 시장 규모가 34억장(누적 발급)에 달한다. 중국인 한명당 은행카드 세장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대형은행들이 시장을 빠른 시간 안에 육성하기 위해 신용카드의 발급 기준을 지나치게 낮추면서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휴면 카드 수가 전체의 80%에 달하는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신용카드 대금을 갚지 못하는 연체율도 오르는 추세다. 저축 위주의 중국인들이 신용카드 사용으로 소비문화에 발을 들였지만, 자신의 벌이보다 더 많이 사용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올해 3분기 말 현재 중국 신용카드 연체대금 총액은 1조35억4700만위안으로 전년 같은기간 대비 44.8% 늘었다. 이중 6개월 이상 연체액은 총 연체액의 1.4%인 144억4000만위안이다.
신용카드의 무분별한 발급으로 인한 분쟁 소송도 매년 평균 100%씩 급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 대형은행들은 신용카드 시장 육성에 여념이 없다. 베이징은행의 경우 지난 한해 신용카드 발급이 전년 대비 80% 이상 급증했다. 이어 광둥발전은행이 59%, 중국 5대 국유상업은행인 중국은행이 42% 등이다.
은행별 시장 점유율을 보면 지난해 기준 중국 최대 상업은행인 공상은행이 1위다. 2011년 말 공상은행은 총 7065만장의 카드를 발급(누적)하며 총 15개 은행으로 구성된 전체 시장에서 22.87%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2위는 신용카드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초상은행(12.82%)이 차지하고 이어 건설은행(10.44%), 농업은행(10.03%) 등 순이다.
중국 신용카드 시장의 몸집이 빠르게 커지면서 해외 카드사들도 중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동안에는 중국 정부의 통제로 외국계 은행의 진출이 쉽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지난 8월 씨티그룹은 외국계 은행 중 처음으로 중국에서 독자적인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7월 "중국 정부가 신용카드 거래에 지나치게 개입하면서 중국에 진출하려는 미국 카드사들을 차별대우하고 있다"는 미국 측 주장에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중국 신용카드 시장의 개방 가능성이 가시화됐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는 역내 모든 신용카드 거래는 국영 은행거래 서비스 대행사 유니온페이(중궈인롄(中國銀聯)의 지급결제망을 사용하도록 규제하는 등 신용카드 시장을 강력하게 통제해 왔다. 따라서 외국계 은행이 중국 신용카드 시장에 진출하려면 현지 은행과 합작하는 방식을 택해야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WTO 판결은 외국계 은행의 독자 진출에 물꼬를 터준 셈이 됐다.
글로벌 카드업체들은 중국 신용카드 시장을 새로운 시장으로 인식하고 공략 중이다. 마스터카드사는 이미 2010년에 "중국이 오는 2020년까지 글로벌 신용카드 시장에서 1위인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닐슨리포트 역시 같은 전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