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새로운 실크로드를 건설하는 중앙아시아경제협력체(CAREC) 프로그램에서 중국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제안으로 지난 1997년 설립된 CAREC은 포스트 소비에트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서로 교통·무역을 연계해 역내 무역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육로 운송을 구축해 해상 운송을 할 수 없는 내륙국가의 지리적 불리함을 극복하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궁극적으로 중국 북경에서 벨기에 브뤼셀까지 육로 수송로를 잇고자 한다는 점에서 '신실크로드' 프로젝트로도 불린다.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중국·아제르바이잔·몽골·아프가니스탄·투르크메니스탄·파키스탄 등 10개 회원국은 'CAREC 2020'이라는 10주년 개발계획을 통해 협력방안을 모색 중이다.
◆중국, CAREC 내 주도국 역할로 나서
전문가들은 현재 CAREC의 최대 수혜국은 중국이며 중국 주도로 CAREC의 개발 정책이 꾸려질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내에서도 CAREC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중국사회과학원 쑨 주앙즈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교통, 에너지, 무역 증진, 무역 정책 등 4가지 측면에서 CAREC이 성과를 보였다"며 "특히 중앙아시아와 유라시아를 잇는 교통수송로 개발에 CAREC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CAREC의 첫 중앙연구소도 중국 서부지역 내 설립될 예정이다.
다만 CAREC의 실제 성과는 아직 지지부진한 수준이며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CAREC 회원국간 교역장벽 높아…무역 활성화 노력 촉구
지난 8일 서울 한양대 백남학술정보관에서 열린 '제4차 중앙아시아 국내학술대회'에서 이상준 국민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보통 내륙국가는 해안국가에 비해 무역 규모가 평균 30% 적은 경향이 있다"며 "이로 인한 경제성장률도 해안국보다 1.5%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CAREC 국가들은 국경 통관, 수출입 통관, 관세행정 등 측면에서 비효율과 불리함이 있어 교역장벽이 높다"며 "역내 무역 활성화를 위해 먼저 이같은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CAREC 회원국들의 경제 성장 정도가 아직 높지 않은 점도 문제다. 역내 교역 비중이 5%의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가운데, 역내 제조업 교역 비중은 불과 1%대로 추정되며 그나마도 감소하는 추세다.
게다가 CAREC 회원국들과 활발한 역외 교역 관계에 있는 터키나 러시아 등은 CAREC에 가입하고 있지 않다. CAREC은 러시아·인도·터키 등의 국가를 주요 협력국으로 간주하고 있으나 이중 러시아는 최근 CAREC 가입을 거절했다.
한 국내 전문가는 중국이 실질적인 성과가 가시화하지 않고 있는 CAREC에 적극 참여하는 이유에 대해 "중국은 이를 통해 신장위구르 지역과 몽골 등지를 중국 서부대개발 정책으로 포섭하는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CAREC 회원국들의 경제 규모는 역내 교역이 불필요한 수준"이라고 평했다.
중국 서부대개발은 중국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지역균형발전정책으로서 50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다. 개발대상 총면적은 685만㎢로 중국 국토면적의 71%를 차지한다.